손흥민 결장한 클린스만호, 16일 페루전서 0-1 석패
20일 엘살바도르전 ‘마수걸이 승리’ 재도전
(부산=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선수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투쟁했던 부분을 높게 산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6일 페루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뒤 “어린 선수들과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 경험 있는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기회였다”라며 패배의 실망감 대신 새로운 선수들의 최적 조합을 찾는 실험의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렇다고 클린스만 감독이 페루전 결과를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솔직히 지면 화가 난다. 하지만 이런 여정에서 패배의 쓴맛을 잘 소화해야 한다”라며 “먼저 실점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투쟁했던 부분을 높게 산다”고 화를 다스렸다.
무엇보다 6월 A매치 2연전(16일 페루·20일 엘살바도르)을 준비하면서 대표팀이 완전체를 이루지 못한 게 클린스만 감독으로선 가장 안타깝다.
이미 ‘부동의 센터백’ 김민재(나폴리)-김영권(울산) 조합이 각각 군사훈련과 부상(햄스트링)으로 빠지게 된 상태에서 뜻하지 않게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스포츠 탈장’ 수술 상황까지 겹치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말 그대로 ‘차포’를 떼고 평가전을 준비해야 했다.
여기에 지난 1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시작된 소집 훈련 직전에는 대표팀에 발탁된 박용우와 정승현(이상 울산)이 SNS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리는 악재까지 겹쳤다.
3월 A매치 2연전 때는 부임하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 파악이 덜 돼 어쩔 수 없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들로 경기를 치렀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6월 A매치는 자신이 직접 K리그 현장과 유럽파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선수를 선발했다.
이 때문에 이번 6월 평가전 태극전사들이 실질적인 ‘1기 클린스만호’로 여겨진다.
3월 A매치 때 1무 1패(콜롬비아 2-2무·우루과이 1-2패)에 그쳤던 클린스만호는 이번에 마수걸이 승리를 노렸지만, 대표팀에 쏟아진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A매치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에 빠졌다.
16일 상대한 페루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의 강호다.
주전급 선수 5명이 이번 평가전에 합류하지 못했음에도 전반 중반까지 남미 특유의 개인기와 스피드를 앞세워 수비 조직력이 떨어진 태극전사들을 흔들며 선제 득점을 뽑아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선수들의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페루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끝내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
비록 결과는 패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페루전을 통해 다양한 전술 실험을 펼친 게 위안거리다.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 4-4-2 전술의 최전방 투톱 스트라이커를 오현규(셀틱)-황희찬(울버햄프턴)에게 맡기는 낯선 조합을 가동했고, 좌우 날개에는 이재성(마인츠)-이강인(마요르카)을 세우며 ‘공격 궁합’을 점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도중 이강인과 이재성의 위치를 바꾸며 이들의 최적의 포지션을 지켜봤다.
후반 초반에는 조규성(전북)과 홍현석(헨트)을 동시에 투입하면서 4-1-4-1 전술로 바꿨다.
황희찬이 왼쪽 날개로 이동한 가운데 중원 미드필더 조합을 ‘역삼각형 형태’로 바꿨다.
홍현석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나란히 전방으로 배치되고, 원두재(김천)가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수비에는 부담이 가지만 최전방 공격 숫자를 크게 늘려 득점해보라는 클린스만 감독의 작전이었다.
후반 막판에는 나상호와 황의조(이상 서울)까지 투입해 최후방에 수비수 2명만 남기는 ‘투백 전술’로 공격에 올인하는 장면도 연출, 비록 골이 나오지 않아 졌지만 내용에서는 박진감이 넘쳤다.
특히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를 잠재우고 강력한 왼발 크로스를 선보인 이강인의 활약이 돋보였다.
여기에 이강인의 크로스에 이어진 조규성의 헤더 시도는 클린스만호의 새로운 ‘득점 루트’로 떠오를 가능성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승리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상 선수도 많았던 만큼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면서 (이들이) 카타르 아시안컵(2024년 1월)을 향한 여정에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이제 클린스만호는 오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FIFA 랭킹 75위)와 6월 A매치 2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클린스만호로서는 마수걸이 승리를 향한 3전4기의 도전이다.
엘살바도르전 역시 손흥민의 출전 여부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페루전 분석을 통해 최적의 공수 조합을 꾸릴 예정이다. 선수들의 포지션 ‘생존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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