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충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해보겠다.”
한국 U19 남자농구 대표팀은 14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체육관에서 국제농구연맹(FIBA) U19 헝가리 농구 월드컵 2023 대비 훈련을 소화했다. 본 대회까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그들은 공격과 수비 패턴을 맞추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은 지난해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U18 대회에서 2000년 이후 무려 2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서며 세계 대회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세범 감독의 지도력, 그리고 3-2 드롭존과 MVP 이주영, BEST5 이채형 등 주축 선수들의 활약이 곁들여지며 얻은 성과였다.
그러나 세계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전력 누수가 큰 한국이다. 이주영과 이채형이 나란히 부상으로 인해 이탈했다. 두 선수는 강성욱, 유민수 등과 함께 한국 전력의 핵. 여러모로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 감독과 한국이다.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대학리그 일정으로 인해 소집 기간이 일주일 가까이 뒤로 밀렸다. 연습경기도 치르기 힘들었다. 1년 전 아시아 대회를 앞두고는 전주 KCC와 울산 현대모비스, 그리고 김승기 감독의 도움으로 고양 캐롯(현 데이원)과 연습경기를 하는 등 큰 도움을 받았으나 올해는 대학 팀들마저 리그 일정 소화로 인해 소극적이었다. KCC의 지원으로 마북리에서 훈련을 소화했고 성균관대가 적극 나서서 연습경기를 치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 감독은 “작년에는 시기상 프로 팀들이 이미 소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 대학 팀들도 리그 일정이 있어 전보다 소극적이기도 하다. 일정도 안 맞지만 부상 우려 등 여러 사정이 있었다”며 “16일 연세대전을 시작으로 성균관대, 그리고 동국대와의 연습경기가 전부다. 그리고 나서 헝가리로 출국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작년에는 프로 팀과의 연습경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겁을 먹었는지 자기 플레이를 전혀 못했다. 한 번은 ‘이 경기가 끝나면 정말 후회할 것’이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스스로 느꼈는지 해보려고 하고 보여주려고도 하더라. 마지막 연습경기 때는 거의 이기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그런 과정이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준비 과정에서의 걱정만 있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팀의 핵심 전력 이주영과 이채형이 모두 빠졌다. 이들을 대신해 새로 합류한 석준휘, 이유진은 분명 좋은 선수들이지만 고교 선수들이다. U19 대회에서 대학과 고교 선수들의 차이는 적지 않다. 심지어 두 선수는 지난해 대회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이주영, 이채형 두 선수의 이탈로 로스터의 변화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농구 센스, 그리고 흐름, 앞선에서 강성욱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등 강점이 정말 많은 선수였는데 이제는 없다. 그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도 없다. 그래서 신체 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했고 석준휘와 이유진, 그리고 강태현 등 장신인데도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209cm의 류정열은 세계 대회에서 한국이 가장 크게 느낄 신장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하게 해줄 선수다. 많은 시간 출전하는 것보다 필요한 순간에 조커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감독은 “아시아 대회에서 중국, 이란과 같은 팀을 상대했을 때 신체 조건에서 큰 차이를 느꼈다. 강성욱도 ‘216cm 선수가 림 앞에 있으니 안 보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신장을 높이려고 했고 또 류정열과 같은 선수가 이런 대회에서 많은 걸 느끼고 또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비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이 감독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한국은 개최국 헝가리와 튀르키예,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상대한다. 헝가리가 유럽에서도 약체로 평가받고 있지만 개최국 이점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아르헨티나도 아메리카 대회에서 3위 내에도 들지 못했다. 튀르키예는 유럽 대회 준우승 팀이라는 것이 껄끄럽다. 그래도 과거 대회를 살펴보면 분명 조 편성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이 감독은 “목표는 항상 크게 가지려고 한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목표를 잡는 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상대하는 모든 팀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해낼 것이다. 그러려면 조별리그에서의 시작이 중요하다. 잘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대회 조별리그에서 중국을 만나 패한 후 선수들이 분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그리고 4강에서 다시 만났을 때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서 결국 잡아냈다. 중국은 대회 전부터 자신들이 챔피언인 것처럼 다녔지만 결국 우리가 이겨냈다”며 “모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도 나와 우리 선수들은 계속 나아갈 것이다. 쉽지 않은 승부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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