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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박진만처럼 클 수 있다” 지도자들이 사랑한 키움 유격수, 김하성과 다른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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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집./사진=키움 히어로즈
김휘집./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21)이 구단의 대계 아래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성장 방향은 롤모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다른 길로 잡혔다.

야구를 히어로즈 리틀야구단에서 시작한 김휘집은 대치중-신일고 졸업 후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키움에 지명되며 성골 유격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프로 첫해부터 1군에서 기회를 받은 그는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데뷔 3년 차인 올해, 56경기 타율 0.259, 3홈런 16타점 18득점, 출루율 0.352 장타율 0.379를 기록 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 0.731은 올해 KBO리그 전체 내야수 중 17번째로 만 25세 이하 중 그보다 앞서는 것은 노시환(23·한화), 김혜성(24·키움), 문보경(23·LG), 김지찬(22·삼성)뿐이다.

홍원기(50) 키움 감독은 14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김휘집이 어떤 선수로 클 것 같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일발 장타력 갖춘 선수다. 볼카운트에 따른 스윙 변화, 투수와 수 싸움 등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성장한다면 차세대 유격수 혹은 내야수로 굉장히 크게 성장할 거라 본다”고 기대했다.

신일고 시절부터 장타력은 김휘집의 가장 큰 매력이었으나, 유격수 수비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발이 느린 탓에 수비 범위가 좁고 어깨는 3루를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라 프로에서는 유격수가 아닌 2루 혹은 3루에 정착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서 실책 14개로 리그 평균 이하의 수비를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고교 시절 평가를 마냥 혹평이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휘집은 올해도 여전히 유격수로 출전 중이다. 메이저리그 출신 유격수 에디슨 러셀(29)이 왔음에도 3루수 41경기(286⅓이닝), 유격수 21경기(141이닝)로 꾸준히 백업으로서 기회를 가져가고 있다.

김휘집의 유격수 수비 장면./사진=키움 히어로즈
김휘집의 유격수 수비 장면./사진=키움 히어로즈

김휘집의 계속된 유격수 출전에 채종국(48) 키움 1군 수비코치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채 코치는 “유격수와 3루수는 시야부터 다르기 때문에 훈련도 육성 방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3루는 타구가 주로 정면에서 와 앞뒤 간격을 신경 쓰면 되지만, 유격수는 전후좌우를 다 봐야 한다. 자연스레 3루수를 오래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수를 유격수를 키울 생각이 있다면 감각을 잃지 않게 꾸준히 출전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렇게 부여받은 기회에서 김휘집은 좌충우돌하면서도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채 코치의 지론에 따라 십여 년간 배워온 한국식 투 핸드 캐치와 오버 핸드 송구에서 탈피해 메이저리그식 원 핸드 캐치와 다양한 송구 동작을 익히고 있다. 13일 고척 KIA전 6회초 류지혁의 타구를 내야 안타로 만들어 준 실책성 수비도 그 시행착오 중 하나였다. 이때 김휘집은 평범한 땅볼 타구를 글러브로 바로 잡았지만, 바로 1루로 뿌리지 못했다. 이렇게 낮게 오는 땅볼 타구에는 몸을 숙여 사이드암처럼 낮게 뿌리는 송구가 최선이나, 이 부분이 어색했다.

이 장면에 채 코치는 “우리나라는 보통 오버핸드로만 던지게 하는데 그런 타구에서는 버퍼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에선 수비 시 ‘글러브로 공을 막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타구를 정면에서 받도록 하는 투 핸드 캐치도 그런 맥락”이라고 사전 설명을 했다. 이어 “하지만 요즘처럼 타구가 빠른 상황에서 그런 수비는 한계가 있다. 어제 그 장면도 오랜 기간 그렇게 야구를 해 온 (김)휘집이의 습관 탓에 벌어진 실수다. 올 시즌 전부터 휘집이에게 다양한 송구 동작과 타구가 오면 ‘글러브로 공을 잡는 것’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아직은 그 부분에서 미숙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격수로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에 채 코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앞으로 풀타임 3년을 보고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제 막 시작한 어린 유격수에 섣부르다는 평가다. 방향도 정해졌다.

유격수 김휘집이 1루로 송구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이 1루로 송구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채 코치는 “김휘집은 강정호나 박진만처럼 클 수 있다. 강정호도 박진만도 발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인지하고, 범위 내의 공은 확실하게 처리하면서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또 (김)휘집이는 장타력이 강점이다. 비록 어깨는 강정호보다 약하지만, 강정호처럼 공격형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키움이 김휘집의 성장을 확신하는 데에는 야단 하나 칠 것 없는 근면·성실함과 향상심에 있다. 뛰어난 워크 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은 신일고 시절부터 지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유격수와 방향이 다른 3루 수비도 금세 적응해 냈다. 채 코치에 따르면 김휘집은 올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3루 훈련 중 타구 7~8개를 놓쳤다. 하지만 반복된 연습의 결과 이제는 최소한 수비훈련 중에는 놓치는 타구가 없어졌다.

고교 감독 시절부터 다소 엄격하고 엄하기로 유명했던 채 코치도 김휘집에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채 코치는 “보통 안이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한소리를 하는데 (김)휘집이에게는 그럴 일이 없다. 오히려 본인이 잘못했다 싶으면 계속 그것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괜찮다’고 다독이는 편이다. (김)혜성이랑 비슷하다. 매사에 열심이고 성실해서 지도자 입장에서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령탑 역시 ‘유격수’ 김휘집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뜻을 밝혔다. 홍원기 감독은 “김휘집은 일차적으로 유격수를 보는 것이 맞다. 기복은 있지만, 이제 갓 스물이 넘은 선수다. 어린 선수들이 모든 플레이를 다 잘할 수는 없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가 있어야 한다”고 감싸면서 “나이에 비해서 잘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 팀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인내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휘집./사진=키움 히어로즈
김휘집./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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