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현수가 13일 삼성전 8회말 무사 1루에서 번트를 대고 있다. /사진=OSEN |
1-1로 맞선 8회말 무사 1루에 김현수(35·LG 트윈스)가 타석에 섰다. 그의 선택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3루 측으로 기습번트를 댄 것. 주자를 2루로 보낸 이 선택은 결국 LG에 소중한 승리를 안겼다.
염경엽(55) 감독의 지시였다. 염 감독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캠프 때부터 그렇게 연습을 했다”며 “포스트시즌이나 시즌 후반에 타격감이 안 좋을 때를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현수는 통산 타율 0.314로 정교한 타격이 강점인 타자다. 그러나 부침을 겪는 시기가 있고 최근 극심한 침체를 겪어 염 감독은 김현수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많은 이들이 희생번트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달랐다. 염경엽 감독은 이를 ‘기습번트’라고 명명했다. 그래야 납득이 간다. 희생번트라기엔 1루 주자 정주현의 스타트가 늦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정주현은) 몰랐을 것이다. 사인을 타석에 나가기 직전에 김현수에게 직접 냈기 때문”이라며 “사인을 안내도 주현이는 충분히 스타트가 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결승타를 친 오지환(왼쪽)이 박용근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OSEN |
김현수와 팀 모두를 위한 결정이었다. “감이 안 좋을때 그런 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 그걸로 분위기가 반전 돼 타격 페이스가 올라올 수도 있다”며 “예전에 (지도했던) 박병호(KT), 강정호(은퇴)도 연습했던 것이다. 누구도 생각지 않는다”고 전했다.
희생번트가 아닌 이유도 있었다. 염 감독은 “현수 커리어면 보내기 번트를 할 수 없다. 이것도 연습이 안됐으면 못한다”며 “강정호와 박병호도 한 시즌에 2,3개 씩은 했다. (타격감 안 좋을 때) 무사 1.2루에서 치려면 본인도 부담스럽다. ‘박병호가 (번트를)?’ 이러면서 이슈가 되는 것뿐이다. 강정호도 관련된 기사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LG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지만 올 시즌 타율 0.259로 부진에 빠져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선 타율 0.150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이날도 무안타에 침묵하던 김현수에게 염 감독은 지시를 내렸고 김현수도 적극적으로 따랐다.
염 감독은 “좋을 땐 쳐야한다. 감이 좋으면 편한데 안 좋은데 득점 기회가 오면 본인도 부담스럽기에 그런 걸 캠프부터 준비했다”며 “실패하더라도 희생번트가 된다. 그래서 삼성 수비도 앞에 와 있더라. 조금만 더 뒤였으면 안타가 됐을 수 있다. (현수에게) 3루수가 뒤에 가 있으면 대라고 했는데 그냥 대더라. 부담스러우니까 본인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에 소중한 진루였고 이후 오지환의 적시타가 나오며 LG는 값진 1승을 챙겼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1862경기 동안 희생번트는 단 한 번 뿐이었으나 사령탑의 지시로 생각을 바꿨고 이는 팀 승리로 이어졌다. 안 될수록 팀에 대한 자책을 늘어놓는 김현수이기에 더욱 남다르게 느껴졌을 한 타석이었다. 그리고 염 감독은 어쩌면 이러한 계기가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낸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김현수. /사진=OS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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