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손준호(31·산둥 타이산)가 받는 중국 공안(경찰) 강제 조사에 대한 한국 측의 구체적인 상황 파악 시도가 무산됐다.
일본 일간지 ‘도쿄스포츠’는 축구 관계자를 인용하여 “중국은 한국 요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전박대를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는 “손준호가 뇌물 혐의 수사 때문에 랴오닝성 공안에 구금되어 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가 6월 1일 파견한 경영본부장과 변호사는 5일 성과 없이 귀국했다.
‘도쿄스포츠’에 따르면 손준호 사건을 직접 맡아 보고 있는 기관에서 한국의 정보 수집을 막았다. 중국축구협회 차원이 아닌 공안의 대응으로 여겨진다.
세계랭킹 27위 한국은 오는 16일 페루(21위), 20일 엘살바도르(73위)와 홈 평가전을 치른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은 손준호를 포함한 23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인터내셔널 매치 캘린더 기간에 열리는 A매치 대표팀 발탁은 선수 소속 클럽이 거절할 수 없는 강제성이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차출 협조 공문을 산둥에 발송하는 등 접촉 과정을 통해 손준호 상황을 파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도쿄스포츠’는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소집에 맞춰 사건의 내용이나 본질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얻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은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손준호 사태 장기화를 예상했다.
대만 신문 ‘중궈스바오’에 의하면 산둥은 홈구장 방문자에게 손준호를 홍보하려 설치한 포스터를 철거했다. 손준호가 쓰는 사물함임을 동료에게 알리기 위한 탈의실 내부 사진 역시 떼어냈다.
구단 내부에서 “팀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다”고 반응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중궈스바오’는 산둥 팬들은 손준호가 선수단에서 제외됐으며 복귀 확률도 없다는 현실을 공식 발표 전에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전문채널 CNN은 손준호가 중국 국가감찰위원회 출범 후 외국인 축구선수 첫 강제 조사로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 수준을 넘어 중앙정부 차원의 문제로 커졌다는 얘기다.
국가감찰위원회는 2018년 국무원 국가부패예방국 및 최고인민검찰원 부패뇌물수수총국을 흡수하여 헌법 기구로 탄생했다.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까지 축구계 부정 척결에 나선 가운데 손준호 수사 역시 이러한 분위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준호는 산둥에서 수비형/중앙 미드필더로 2021 중국 슈퍼리그(1부리그) 21경기 4득점 4도움 및 90분당 공격포인트 0.40으로 맹활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시상식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MVP가 유력한 분위기였다.
산둥은 2022년이 되자마자 손준호와 2025시즌까지 재계약했다. 1년 연장 옵션 또한 넣었다. 사우샘프턴, 풀럼 등 잉글랜드프로축구팀들이 영입을 검토하자 잔류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손준호는 한국프로축구 시절에도 K리그1 도움왕(2017)·MVP(2020)로 빛났다.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본선 32개국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 슈퍼리그 2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강대호 MK스포츠 기자(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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