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1980년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이 즐겨 던졌던 ‘스플리터’를 유행시킨 로저 크레이그 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이 사망했다. 향년 93세.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크레이그 전 감독이 전날 샌디에이고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그는 사망 전 짧게 투병했다.
1955년 MLB 무대를 밟은 그는 1966년까지 통산 74승 98패라는 눈에 띄지 않는 성적을 남겼지만, 지도자로 변신한 뒤 ‘스플리터의 전도사’로 야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투수들에게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워 던지는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을 가르쳤다.
투수의 손을 떠난 뒤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타자 앞에서 갑자기 낙하하는 스플리터는 20세기 초반부터 메이저리그에 존재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구종이 아니었다.
그러나 크레이그가 투수들에게 스플리터를 전파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이 공의 위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크레이그가 투수코치로 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스플리터를 배운 모리스는 디트로이트가 1984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과정에서 일등 공신이 됐다.
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평범한 투수였던 마이크 스콧이 스플리터를 앞세워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변신하면서 스플리터의 인기에 불이 붙었다.
스콧은 1984년 5승11패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스플리터를 ‘장착한’ 이듬해에는 18승 투수로 변모했다.
또한 1986년에는 투수들의 가장 큰 영예인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수들이 가장 던지고 싶어 하는 마구(魔球)로 인기를 끌었던 스플리터는 투수들의 팔에 무리를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계에서 점차 사라지게 됐다.
크레이그는 1989년 샌프란시스코를 내셔널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월드시리즈에선 무릎을 꿇었다.
그는 1992년 시즌이 끝난 뒤 야구계에서 은퇴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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