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홀드’ 구승민, 롯데 소속 최다 홀드 주인공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간 수많은 불펜 투수 가운데서도 구승민(33)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큰 발자국을 남겼다.
롯데 구단 역사상 최초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홀드를 돌파했고, 특히 지난해는 26홀드로 팀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을 썼다.
구승민이 지워나가는 상대의 공격 기회마다 롯데 불펜의 역사가 새로 탄생한다.
23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0홀드를 달성해 구단 역사상 첫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했고,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홀드로 마지막 남은 이정표인 ‘롯데 소속 최다 홀드’까지 경신했다.
이날 2-0으로 앞선 8회 등판한 구승민은 선두타자 김준완에게 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김혜성과 이정후까지 까다로운 타자 두 명을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애디슨 러셀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후 동점 주자까지 내보냈다.
위기에서 이원석을 만난 구승민은 주무기 포크볼 대신 초구 슬라이더로 허를 찔러 스트라이크를 잡고는 시속 150㎞ 안팎 강속구를 연달아 3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무사히 임무를 마친 구승민은 시즌 11호이자 통산 97번째 홀드를 챙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96홀드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강영식 롯데 1군 불펜 코치를 앞지른 것이다.
청원고와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3년 롯데에 입단한 구승민은 프로 초반에는 평범한 투수였다.
2015년까지 1군에서 2패만 기록한 채 입대한 그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본격적으로 야구에 눈을 떴다.
2016년 상무에서 4승 4패 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45로 활약하더니, 2017년에는 1승 1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51로 퓨처스(2군)리그를 폭격했다.
복무를 마치고 2018년 롯데에 돌아온 뒤부터 그는 빠른 속도로 홀드를 쌓아가며 팀을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은 투수조 조장을 맡을 만큼 그라운드 안팎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다.
구승민의 기록에 가장 기뻐한 이는 강영식 코치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7년 롯데에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16홀드를 거둔 강 코치는 롯데에서만 96홀드를 했다.
1군에서 20년 가까이 불펜 투수로 활약했기에 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강 코치는 성실한 투수 구승민이 드디어 자기 기록을 넘어섰다며 기뻐했다.
강 코치는 “(구)승민이가 얘기해줘서 내가 96홀드로 롯데 구단 홀드 최다였다는 걸 알았다”면서 “당연히 승민이가 날 앞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젊으니까 (롯데에서) 150홀드, 200홀드까지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롯데는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3승 무패로 100% 승률을 자랑한다.
같은 조건에서 똑같이 승률 100%인 팀으로 SSG 랜더스(21승 무패)와 두산 베어스(16승 무패), KIA 타이거즈(15승 무패)가 있지만, 이들 중 최다승은 롯데다.
1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91을 달리는 구승민은 김상수(3승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40), 김원중(2승 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2.91)과 함께 롯데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불펜을 구축하고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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