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다이빙 전향 선수·태권도 선수→감독 활약상
‘역도 강호’ 내달 국제역도연맹 대회도 참가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최근 북한 매체에서 인기 스포츠에서 활약한 역대 스타와 신예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리를 뒀던 스포츠 국제대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서서히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지난 23일 기계체조 선수였다가 다이빙 선수로 전향한 김국향이 북한 수영계의 첫 세계선수권 보유자라고 소개하며 그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김국향은 생애 첫 국제무대 데뷔로 2015년 제16차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땄고, 이후에도 제17차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와 제18차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각종 국제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체육소조운영과 태권도지도교원 김영순을 다뤘다. 김영순이 1990년대 조선태권도위원회 태권도선수단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금메달 18개를 휩쓴 ‘인민체육인’에다가 2000∼2005년에는 선수단 감독으로 활약하면서 금메달 수십 개를 안아오는 데 기여했다고 소개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서는 국가대표선수 양성·훈련을 담당하는 북한 최대 규모 4·25체육단에서 “큰 활약이 기대되는” 신진선수들이 여럿 소개됐다.
매체는 축구에서 미드필드 포지션을 맡은 김진혁과 수비수 리영진, 농구에서는 정성일을 꼽았고, 특히 ‘효자 종목’으로 여기는 역도 분야에서는 “청년급에서 력기(역도)계의 대를 이어 나갈 신진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자 선수 리강숙, 남자 선수 김철혁을 조명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강도 통제 분위기가 다소 풀리면서 체육행사도 잦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올림픽위원회 총회를 열어 ‘대중체육 사업 활성화’를 논의했고, 지난달엔 전국 규모의 체육축전을 개최하는 등 올해 들어 각종 체육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세계 레슬링의 날’을 기념한 행사도 열렸다. 레슬링은 북한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수확한 종목이다.
또 북한은 평양 각지에 있는 청소년체육학교에서 효과적인 훈련 방법을 개발하는 등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흐름은 그간 팬데믹에 따른 국경 봉쇄로 외부 교류를 끊다시피 했던 북한이 조만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본격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2020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정지당했다가 올해 징계가 풀리면서 제약이 사라진 상황이다.
북한이 국경 봉쇄 전 마지막으로 참가한 국제대회는 2020년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경기였다.
그러다 최근 열린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회의에 대표자를 파견하고 아시안게임 출전 채비에 들어갔다.
당장 다음 달 9∼19일까지 쿠바에서 열리는 ‘국제역도연맹(IWF) 그랑프리 대회’ 출전자 명단에는 북한 선수 14명이 포함됐다. 이는 2024년 파리올림픽 참가 자격을 갖추려는 준비 작업 일환으로 해석된다.
역도는 북한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18개의 메달을 수확한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북한이 직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거머쥔 메달 37개(금12·은12·동13·종합순위 10위) 중 10개가 역도에서 쏟아졌다. 이어 체조(6), 레슬링(5), 다이빙·복싱(4) 순이었다.
다만 국제 스포츠 무대로 복귀하기 전에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고자 국경을 봉쇄한 이래 북한 역도 선수들은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해 3년이 넘도록 도핑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IWF는 지난 24일 북한에 도핑 검사 협조를 요청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참가 여부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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