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면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것보다는 그전에 루틴이나 마음가짐 등 과정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김수경 NC 다이노스 투수코치가 ‘화수분’ 투수진이 구축된 비결에 대해 털어놨다.
NC는 개막 전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하위권으로 분류 받았다. 비시즌 기간 팀의 핵심 자원이었던 양의지, 노진혁, 원종현이 자유계약(FA)을 통해 각각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로 떠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여기에 2019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통산 53승 36패 평균자책점 3.06을 올린 장수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마저 빅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투, 타 모두에서 코어 자원이었던 선수들이 일시에 팀을 떠났기에 약체로 평가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NC는 이러한 예상을 비웃듯 비교적 선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시즌 초에는 1위 다툼을 벌이며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다소 힘이 떨어지며 27일 경기 전 기준 22승 21패로 4위에 머물러 있지만, 시즌 전 전망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행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NC의 선전에는 마운드의 공이 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실에 따르면 현재 NC의 팀 평균자책점은 3.47로 10개 구단 중 2위에 위치해 있다. 연이은 부상자들의 속출로 애를 먹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훌륭한 성적이다.
올 시즌 NC 투수진을 보면 ‘화수분’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부상으로 이탈자가 발생해도 대신 출전하는 선수가 그 공백을 완벽히 지우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김수경 투수코치의 지도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지난 25일 부산 롯데전(1-11 NC 패)을 앞두고 만난 김 코치는 “한 명의 부상자가 나오면 한 명이 올라오는데 어떻게 보면 올라오는 선수에게는 기회”라며 “선수들에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을 하라고 말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 긴장을 풀지 말라고 한다. (선수들에게) 욕심을 내라고 한다. 개인이 올라오면 팀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송명기가 부진하며 2군으로 내려가고, 토종 좌완 에이스 구창모마저 재충전을 이유로 전력에서 빠진 NC.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21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1-2 NC 패)에서 대체 선발로 나선 우완 사이드암 이재학이 6이닝 무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24일 부산 롯데전(3-1 NC 승)에서는 좌완 최성영도 5이닝 5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김수경 코치는 “(이)재학이도 그렇고 (최)성영이도 마찬가지로 2군에 내려갔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를 잘 해줬다. 이런 생각들이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흐뭇해 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경쟁’도 강조했다. 그는 “남보다 한 발 더 뛰어야 경쟁을 할 수 있고, 옆에 있는 동료들보다 한 수 올라갈 수 있다”며 “부상을 안 당하는 선에서 한 발이라도 더 욕심을 내라고 한다. 주로 1, 2년차 어린 선수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 선수들이 1군에 오면 기회다. 그 찬스를 잡기 위해서는 그런 쪽으로 욕심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어린 선수들이 2군에서 육성 시스템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의 루틴 과정을 만들어 1군에 올라왔을 때 이 루틴들을 바꾸지 않고 계속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자신의 남다른 생각도 들려준 김수경 코치. 이러한 지도 성과의 가장 좋은 예로는 우완 이용준을 들 수 있다.
이용준은 올 시즌 NC의 히트상품 중 하나다. 2021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기량을 만개시키며 선발진에 안착했다. 단 그는 최근 2경기에서만큼은 도합 4.2이닝 8실점(7자책점)을 기록하며 다소 부진에 빠져있다. 시즌 성적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3.09다.
김 코치는 “지난해 2군에서 1년 동안 선발로 육성을 했던 선수가 이용준”이라며 “지난해에는 2군에서 선발로 많이 돌았고, 그러면서 1군 경험을 한 번씩 했다. 올해는 그런 육성 과정과 경험들이 합쳐져서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수경 코치는 “지난해에는 (이용준) 본인이 자신있는 구종에 대해 확실히 정립이 안 됐던 것 같다. 올해를 보면 직구와 슬라이더가 높은데, 지난해에는 슬라이더보다는 커브, 체인지업의 비중이 비슷했다. 올해는 자기가 편한 구종, 타자가 잘 속는 구종을 파악해서 사용 빈도를 높이다 보니 인플레이 타구가 많이 나온다. 당일마다 다르지만, 그 구종을 알고 그 구종을 가지고 가면서 타자와 빨리 승부를 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NC의 지명을 받은 ‘특급 루키’ 우완 신영우는 현재 이용준의 뒤를 밟고 있다. 150km를 훌쩍 넘는 패스트볼과 낙폭이 큰 커브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그는 현재 퓨처스(2군)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중이다. 성적은 5경기 출전에 1승 2패 평균자책점 4.24. 구위만큼은 확실하지만, 제구를 다듬어야 한다는 평가다.
김수경 코치는 “모두 알다시피 (신)영우는 (볼의) 스피드에 강점이 있다”면서도 “처음 봤을 때 (이)용준이처럼 육성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올라오는 것도 좋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자기가 느끼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잘 돌면 그만큼 튼튼한 것이니 1군에 와서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분명히 육성 기간이 지나고 나면 좋아지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역 시절 현대 유니콘스, 히어로즈 등을 거치며 통산 112승 98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29를 올린 레전드 우완투수였던 김수경 코치. 그는 선수들에게 어떠한 점을 가장 강조할까.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한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 던져라’, 이런 부분들은 선수들도 다 하려고 한다.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면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것보다는 그전에 루틴이나 마음가짐 등 과정을 강조하는 편이다. 결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한다”. 김 코치의 말이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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