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김동주가 24일 삼성전 힘차게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
‘신인왕 1순위’ 투수가 흔들릴 조짐을 보였다.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투수에게 휴식을 부여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두산 베어스 김동주(21)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5이닝 동안 92구를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의 침묵 속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진 못했으나 평균자책점(ERA)을 2.08에서 1.82로 낮췄다. 팀 동료 라울 알칸타라(1.29),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1.63) 다음 가는 수준이다. 무서운 신예의 호투에 이승엽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떠날 줄 모르는 이유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21년 2차 1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동주는 지난 시즌 신인 10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ERA) 7.56으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잠재력이 풍부한 투수 중 하나일 뿐이었으나 뚜껑을 열자 기대이상이다.
큰 키와 높은 타점을 활용해 투구를 펼치는 김동주. /사진=두산 베어스 |
개막 로스터에 합류한 그는 딜런 파일이 돌아온 뒤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7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3차례 있었고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7이닝 무실점으로 개인 최고 투구를 펼치기도 했다. 190㎝ 큰 키에서 내려꽂는 타점 높은 속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과 슬라이더로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다만 직전 등판인 지난 18일 키움 히어로즈전 3⅓이닝 6피안타 3실점하며 패한 게 이승엽 감독의 마음에 걸렸다.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내는 투수를 무리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때 마침 장원준이 23일 5년 만에 선발승을 챙기며 반등세를 보인 게 반가웠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동주가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래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오늘 김동주가 힘이 많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한 번 쉬게 해주고 그 자리에 장원준을 넣으려고 한다. 만일 김동주가 잘 던지면 장원준을 내리고 다시 선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올리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주가 날카로운 견제구로 주자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
걱정과 달리 김동주의 연이어 무너지지 않았다. 큰 위기 없이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절반에 가까운 45구를 속구로 승부했다. 최고 시속은 147㎞. 큰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30구, 속구와 같이 오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스플리터가 16구, 커브는 단 1개를 던졌다. 예리한 견제로 주자를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스스로 탈출하는 면모도 보였다.
속구로 2개, 스플리터로 2개, 슬라이더로 2개의 삼진을 잡아낼 만큼 세 구종이 모두 위력적이었다. 볼넷은 단 하나, 피안타도 4개에 불과했지만 스스로 다소 어려운 승부를 펼치며 투구수가 늘어난 것이 굳이 꼽자면 옥에 티였다.
자연스레 ‘대선배’ 장원준에게 돌아갈 기회는 미뤄질 전망이다. 국가대표 투수 곽빈도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최종 점검을 마쳤고 28일 SSG 랜더스전 등판이 예고돼 있다. 25일 삼성전은 최승용, 26,27일 SSG전은 라울 알칸타라, 최원준이 나서는 순서다.
팀 ERA 3.94로 7위인 두산이지만 선발로 범위를 좁히면 3.32로 1위 LG 트윈스(3.31)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딜런의 복귀 시점을 정확히 예상하긴 어렵지만 이미 안정적인 선발진과 더불어 장원준이라는 예비 선발 1순위까지 대기하고 있다. 이날 8회 불펜의 난조로 허무하게 패했으나 김동주의 기대이상의 호투는 이승엽 감독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는 김동주. /사진=두산 베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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