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비니시우스 유니폼 맞춰 입고 홈 경기 등장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우리 모두 비니시우스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는 25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라요 바예카노를 상대로 2022-2023시즌 프리메라리가 36라운드 홈 경기를 치렀다.
브라질 출신의 특급 골잡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인종차별을 당한 발렌시아와 원정 경기 이후 레알 마드리드가 처음 소화한 경기였다.
경기 시작 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어떤 골 세리머니보다도 특별한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선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모든 선수가 비니시우스의 이름과 등번호 ’20’이 들어간 유니폼을 맞춰 입고 그라운드에 선 것이다. 비니시우스와 연대하겠다는 의미였다.
팬들도 관중석에 ‘우리는 비니시우스와 하나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라요 바예카노도 인종차별 앞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한 편이었다.
양 팀 선발 출전 선수들은 ‘인종차별을 축구에서 쫓아내자’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함께 들어 보였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과 나란히 관중석에 앉은 비니시우스를 향해 팬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비니시우스는 응원에 화답하는 몸짓을 담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사랑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비니시우스는 직전 경기에서 받은 퇴장 징계는 취소됐지만, 무릎에 경미한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31일 카림 벤제마의 선제골과 후반 44분에 터진 호드리구의 결승골로 후반 39분 라울 데토마스가 동점골을 넣은 라요 바예카노에 2-1 승리를 거뒀다.
골지역 정면에서 예리한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극적인 결승골을 넣은 호드리구는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블랙 파워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호드리구는 비니시우스와 마찬가지로 브라질 출신의 흑인이다.
지난 22일 발렌시아 홈인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경기 후반전에 발렌시아 팬들이 비니시우스에게 ‘원숭이’라고 외쳐 충돌로 이어졌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막판 발렌시아 선수들과 몸싸움 과정에서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비니시우스는 경기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SNS)에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는 인종 차별이 일상화됐다”라고 적었다.
스페인 경찰은 당시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3명을 체포했다. 또 지난 1월 마드리드의 다리 난간에 비니시우스의 이름이 적힌 셔츠를 입힌 인형을 매달아 놓은 혐의로 마드리드에서 4명을 체포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발렌시아에 인종차별 행위가 발생한 일부 관중석에 대한 5경기 무관중 징계를 내리고 4만5천 유로(약 6천400만원)의 제재금도 부과했다.
한편, 사건이 벌어진 뒤 ‘라리가는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취지의 트윗을 올려 빈축을 산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입장을 바꿔 사과를 표명했다.
테바스 회장은 브라질 ESPN과 인터뷰에서 “비니시우스를 공격할 의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잘못 표현한 내 잘못이다. 사과한다”고 말했다.
ahs@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