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장타력 지적에 “내 스윙 잃어버린 탓…꺾일 나이 안 됐어”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야수 손아섭(35)은 프로 통산 타율 0.321로 현역 선수 가운데 전체 3위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정교한 타자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한 뒤 지난해까지 13시즌 동안 3할 타율을 넘기지 못한 시즌이 단 2번밖에 없을 정도로 기복 없는 활약을 이어왔다.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난해 타율 0.277에 4홈런, 48타점으로 주춤하더니, 올 시즌은 타율 0.307로 다시 ‘3할 타자 손아섭’으로 돌아왔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손아섭은 “아직 제 나이가 에이징 커브가 올 나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이징 커브'(Aging Curve)는 노화로 인해 신체 능력이 마치 포물선처럼 떨어진다는 의미로 스포츠계에서 널리 쓰는 용어이며, 노쇠화와 비슷한 의미다.
손아섭의 장타율은 2018년 0.546으로 정점을 찍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1년 0.397, 2022년 0.367로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30대 중반의 손아섭에게도 에이징 커브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손아섭은 이번 시즌 홈런은 없어도, 장타율 0.411로 반등에 성공했다.
손아섭은 “성적이 안 나오면 일단 에이징 커브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는 내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제대로 스윙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밸런스가 무너지면 세게 치려고 해도 칠 수 없고, 당연히 타구 스피드도 떨어진다”면서 “에이징 커브는 이와 다르게 내가 제대로 스윙했는데도 타구 스피드가 안 나오는 것이다. 예전 선배들이 ‘홈런 느낌이 왔는데 펜스 앞에서 잡히면 야구 그만둘 때’라고 말한 게 이런 의미”라고 덧붙였다.
아직 완전히 예전 스윙을 되찾지 못했다는 손아섭은 홈런 28개를 친 2018년부터 스윙이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교하게 힘 빼고 치는 스윙이 장점이었던 그는 “홈런 맛을 알게 되면서 스윙이 커졌고, 몸도 안 좋은 기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어느 정도 답을 찾았고, 타구 스피드도 지난 시즌보다 확연하게 올라갔다.
그렇지만 그는 “스윙이 돌아온다고 해도 신체적으로 가장 상태가 좋았을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누구든 신체 능력은 떨어진다. 그렇지만 스윙이 망가진 게 (부진했던) 더 큰 이유”라고 했다.
대신 “현재 내가 가진 것들 가운데 최대치를 어떻게든 끌어내려고 매일 훈련한다. 과거 영광만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며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손아섭이 본 ‘에이징 커브’라는 평가를 가장 확실하게 뒤집은 선수는 최형우(40·KIA 타이거즈)다.
정교한 타격에 장타력까지 뽐내던 최형우는 2021년 타율 0.233에 홈런 12개, 2022년 타율 0.263에 홈런 14개로 완만한 내리막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불혹을 넘긴 올해 타율 0.326에 4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24로 맹타를 휘두른다.
손아섭은 “쉽게 에이징 커브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올해 최형우 선배의 성적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KBO리그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든 것도 장타력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게 손아섭의 생각이다.
리그 장타율은 2020년 0.409에서 2021년 0.383, 2022년 0.379로 떨어졌고 올해는 0.360까지 낮아졌다.
손아섭은 “공인구 반발력이 떨어지면 타구 스피드도 떨어지고, 리그 전체 타격 지표가 내려간다. 아무리 좋은 스윙을 해도 줄어든 반발력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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