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모든 선수의 꿈…VNL서 세계랭킹 높이고, 세계예선서 승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소속팀 현대건설에서는 ‘현역 최고 미들 블로커’ 양효진(33)에게 의지하는 이다현(21)은 태극마크를 달면 또래 미들 블로커들과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의 대표팀 은퇴로 꽤 아픈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젊은’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다현도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미들 블로커다.
박은진(23), 정호영(21·이상 KGC인삼공사), 이주아(22·흥국생명)와 함께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중앙을 책임지는 이다현은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컵(VNL)에 출전하고자 22일 튀르키예로 출국했다.
출국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다현은 “지난해 VNL에서는 한계만 느꼈다. 배구 강국들과의 실력 차, 선배들의 공백을 모두 넘지 못했다”고 곱씹으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확실히 지난해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한유미 코치님, (어드바이저로 대표팀에 합류한) 김연경 선배가 많이 도와주셔서, ‘한 번 해보자’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다현은 V리그에서 입지를 굳힌 선수로, 양효진과 이다현이 지키는 현대건설 미들 블로커진은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이다현은 “V리그에서는 양효진 선배가 경기 중에 바로 조언해주신다. 심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혀 출전한 2021년 VNL에서도 이다현은 양효진과 함께 생활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3승 12패였다.
그러나 양효진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다현은 2022년 VNL에서는 또래들과 함께 뛰었다.
한국은 지난해 VNL에서 12경기를 치러 모두 패했다.
이다현은 “정말 너무 많이 졌다. 내 경기력도 좋지 않아서 팀과 팬들께 죄송했다”고 떠올렸다.
20대 초반인 이다현에게는 실패도 동력이 된다.
이다현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또래 미들 블로커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며 “작년보다는 우리 미들 블로커의 움직임이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V리그에서와 같은 방법으로는 세계 강호들을 누를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이다현은 “V리그에서는 득점으로 연결됐을 법한 공격이 국제대회에서는 상대 수비에 막힐 때가 많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때 김연경 선배가 ‘지금은 득점이 됐지만, 국제대회에서 이 정도 공격은 상대가 막아낸다’고 조언하시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신장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높이와 힘에서 우리보다 위인 팀들과 싸우고자 ‘속력’을 높이려 애썼다. 우리가 준비한 게 이번 VNL에서 얼마나 통할지 확인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다현은 ‘학구파 선수’다.
승패, 세트 득실에 따라 랭킹 포인트를 주는 FIVB 세계 랭킹 산정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다.
VNL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 세트를 따내 23일 현재 23위까지 처진 한국 여자배구 랭킹을 끌어 올리고,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예선 C조 경기에서 2위 안에 들어야 파리올림픽 본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한국은 이탈리아(2위), 미국(4위), 폴란드(10위), 독일(13위), 태국(15위), 콜롬비아(19위), 슬로베니아(25위)와 파리올림픽 세계예선을 치른다.
이다현은 “선배들이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는 걸 보며 응원했다. 올림픽 출전은 모든 선수의 꿈”이라며 “이번 VNL에서 최대한 세계 랭킹을 높이고, 세계 예선을 향한 희망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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