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광속 사이드암 박명근(LG)이 2019년 선배의 계보를 이어 신인왕을 받을 수 있을까. 사령탑은 확실한 지원을 약속했다.
2023 신인드래프트 LG 3라운드 27순위로 프로에 지명된 신인 사이드암 투수 박명근이 시즌 초반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경기 1승 4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 2.95를 기록하며 막강 LG 불펜의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신인 및 신예 투수들 중에서 강력한 신인왕 후보들이 다수 나오고 있지만, 불펜으로 한정하면 박명근이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5월 이후 박명근의 활약은 특히 더 눈부시다. 스프링캠프부터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으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4월 2홀드 평균자책 4.66에 그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5월부터는 1승 2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 1.04를 기록하며 완전히 눈을 떴다.
무엇보다 박명근은 고우석의 이탈로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아 지난 3일 NC전에선 데뷔 이후 첫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이후 계속 필승조 역할을 맡으면서 3세이브 2홀드를 쌓는 동안 신인답지 않은 담대하고 배짱있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박명근와 활약에 그의 활약을 확신해왔던 염경엽 LG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박)명근이는 고등학교 때 던지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멘탈이 굉장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상을 보면서도 그게 굉장히 강하게 느껴졌다. (프로와 아마무대는 다르지만) 그래도 그걸 갖고 있는 선수와 아닌 선수는 천지 차이다. 또 그만큼 프로에서도 적응이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사람의 심리적인 신호는 결국 얼굴에서 도출 되지 않나. 긴장을 하고 있는 얼굴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표정은 그대로 나타난다.” 염경엽 감독은 박명근이 명백한 후자, ‘투사의 얼굴’이라고 봤다.
기술적인 보완과 새로운 구종 장착도 불과 고졸 1년차 루키 박명근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염 감독은 “프로에 와서 가장 좋아진 것은 체인지업이었다. (박)명근이에게 가장 필요한 구종이 체인지업이라고 판단했고, 그것만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조건을 갖고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코칭스태프들이 판단했었다”면서 “체인지업 그립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숙련시킬 수 있는 것에 스프링캠프부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지금 완벽하게 던질 수 있다”라며 박명근의 체인지업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투구판을 밟고 던지는 디딤발의 위치 변경이다. 염 감독은 “원래는 투구판 오른쪽 끝을 밟았는데 그 위치를 1경기, 1경기씩 안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이제는 거의 왼쪽 끝까지 왔다. 그런 접근이 박명근이 갖고 있는 공들의 구종 가치를 훨씬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박명근의 특성상 릴리스 포인트를 수정할 경우 타자들에게 더 낯선 투구 궤적을 통해 생경함을 줄 수 있으며, 투수 스스로도 다양한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염 감독은 “릴리스 포인트가 오른쪽에 있는 사이드암 투수는 오른손 타자의 몸쪽 코스로 공을 던지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투구판 위치를 옮기면서 그만큼 몸쪽 공을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가장 먼저 박명근이 우타자 상대 몸쪽 승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장점이 더 있다. 염 감독은 “볼의 투구 방향, 즉 피칭터널이 완전히 바뀌었다. 피칭 터널이 좌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이 싱커식으로 흘러서 바깥쪽으로 떨어지게 됐다”면서 “오른쪽에서 던질 경우 볼이 되는데, 더 안쪽에서 던지면 타자들의 눈에는 스트라이크에 걸치게 된다. 엄청난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명근은 직구(55.6%)-체인지업(22%)-커브(19.2%)-슬라이더(3.2%) 순으로 구종을 던지면서 체인지업을 제 1 변화구로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 비율을 37.8%까지 끌어올려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박명근의 체인지업 피안타율도 0.217로 오히려 직구(0.235)보다 더 낮을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우타자를 직구(피안타율 0.190)-체인지업(피안타율 0.100) 조합으로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는 것이 올 시즌 박명근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고우석을 비롯한 기존 필승조들이 돌아와도 박명근의 자리는 굳건하다. 나아가 염 감독은 ‘박명근 신인왕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박명근은 이제 완전한 승리조다. 좋은 성적을 올려서 우리 명근이가 신인왕을 받았으면 좋겠다. 올 시즌 시작할 때부터 박명근이 신인왕을 받는 것이 목표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 박명근이나 이영찬 두 사람 중에 더 좋은 사람을 신인왕에 도전 시키겠단 생각이 있었다. 결국 감독은 선수들이 더 많은 타이틀을 따게 해줘야 한다. 그게 또 우리 팀의 스타가 많이 만들어지는 길이다. 상은 그 선수의 가치를 올려주고, 상으로 인해서 선수의 자신감이 생기면 그건 그 다음 단계에서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염 감독의 철학대로나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으로나, 2019년 정우영 이후 그 계보를 잇는 LG 광속 사이드암 신인왕 탄생은 충분히 확률 높은 시나리오다. 물론 현재 쟁쟁한 경쟁자를 제쳐야겠지만 5월 박명근이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을 이어가면서 LG의 성공적인 시즌에 기여한다면 그 목표 역시 훨씬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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