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심판진, 21일에도 한화-LG전 맡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오심의 피해자’가 된 최원호(50) 한화 이글스 감독은 “순간적으로 철수까지 생각했지만, 팬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루가 지났고, 선수들이 오심이 나온 뒤 실점을 막아 누그러들긴 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최원호 감독은 2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방문 경기를 앞두고 전날 9회말 수비 상황을 떠올렸다.
20일 1-1로 맞선 9회말 무사 1루에서 한화 배터리는 LG의 번트 시도를 막고자, 공을 타자 바깥쪽으로 빼는 ‘피치 아웃’을 했다.
LG 정주현은 주자가 횡사하는 걸 막기 위해 배트를 던졌다.
하지만 배트는 공이 아닌 한화 포수 최재훈의 배를 맞았다.
심판진은 4심 합의 끝에 ‘포수의 타격 방해’를 선언했다.
“정위치에 있어야 할 포수가 먼저 움직여 공을 받았다”는 게 당시 심판진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1루 주자 신민재의 2루 도루는 인정되고, 정주현은 타격 방해 판정 덕에 1루로 걸어 나갔다.
최원호 감독은 심판진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최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정주현의 손이 배트에서 떨어진 걸 봤다. 당연히 수비 방해라고 생각했다. 심판진이 합의하고 있어서 기다렸는데, 타격 방해 판정을 내렸다”며 “수비 방해, 타격 방해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어서 심판에게 직접 어필하러 나갔다. 심판은 ‘판정 번복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항의를 길게 해도 판정은 바뀌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선수단 철수’뿐이었다. ‘순간적으로 선수단을 철수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관중들을 위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오심으로 9회말 무사 1, 2루에 몰린 한화는 투수 박상원이 김민성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다. 이후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 1-1로 비겼다.
최원호 감독은 “박상원이 위기를 잘 넘겼다. 3루수 노시환도 어려운 바운드를 잘 처리했다”고 오심에도 흔들리지 않은 선수들을 칭찬했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심판위원회는 오심을 인정했다.
KBO 심판위원회는 연장 12회가 치러지던 중 “추가 확인 결과 타격 방해가 아닌 수비 방해로 판정됐어야 할 상황”이었다며 “해당 심판진의 징계 등 후속 조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KBO 야구 규칙 6.03은 ‘타자가 제3 스트라이크 투구 또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배트를 페어 또는 파울지역으로 던져 포수(미트 포함)를 맞혔을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된다’고 명시했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9회말 정주현의 행위는 ‘타격 방해’가 아닌 ‘수비 방해’로 판정해야 한다는 게 거의 모든 전문가의 의견이다.
아직 심판진 징계가 확정되지 않아, 일단 20일 한화-LG전에 나섰던 심판진이 21일에도 두 팀의 경기를 맡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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