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서) 덤비지 않으려 한다. 그러지 않으려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점점 팀 내 입지를 굳히고 있는 ‘잠실 빅보이’ 이재원(LG 트윈스)이 자신의 선전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1999년생 이재원은 192cm, 100kg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우타자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7번으로 LG의 지명을 받았으며, 2020시즌과 2021시즌 연달아 퓨처스(2군)리그에서 홈런왕에 오를 정도로 타고난 장타력이 그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혔다.
이재원은 지난시즌 들어 1군 무대에서도 점점 존재감을 드러냈다. 85경기에서 타율은 0.224로 다소 아쉬웠지만, 13개의 아치를 그리며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당초 이재원은 지난시즌이 끝나고 상무로 가 군 복무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로 LG의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은 그를 만류했다. 17일 잠실 KT위즈전에서 결승타 포함해 3타수 1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LG의 7-3 승리를 이끈 이재원은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 군대에 갈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마음을 돌려놔 주셨다. 그때부터 정신차리고 집중했다. 그때부터 마음을 잡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 마음을 다잡고 시즌을 준비하던 이재원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스프링캠프에서 왼쪽 옆구리 부상을 당한 것. 이후 재활을 거쳐 시범경기 때 팀에 복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이 재발했고, 그는 당분간 1군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이재원은 “생각이 무척 많았던 것 같다. 힘들었는데, 가족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다시 준비 잘해서 올라가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이후 그는 마침내 지난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우천취소)에서 올해 들어 처음 1군으로 콜업됐고, 지난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점차 두각을 드러낸 이재원은 16일 잠실 KT전에서 연타석 아치를 그리는 등 4타수 3안타 2홈런 2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홈런이 된 두 개의 타구 모두 속도가 170km를 넘었으며 비거리 역시 120m 이상 측정되는 대형 홈런이었다.
비록 LG는 해당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7-12로 KT에 무릎을 꿇었지만, 이재원의 활약만큼은 한 줄기 희망으로 남았다. 이를 지켜본 염경엽 LG 감독은 17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이재원은) 인플레이 타구만 만들면 3할타자가 될 수 있다. 스윙 라인도 좋고, 라인이 좋으니 타구질도 좋다”며 “(이재원의 타구 속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탑클래스 수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영향 덕분일까. 이재원은 이날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이날 승부처였던 4회말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LG가 1-2로 뒤진 무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보 슐서의 초구 140km 커터를 받아 쳐 중견수 방면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KT 중견수 앤서니 알포드는 이를 잡기 위해 움직였지만, 타구가 워낙 빨라 낙구 지점을 확실히 캐치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3타점 적시 3루타로 연결됐다. LG가 이후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함에 따라 이재원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부터 선발로 나갔는데 감독님이 항상 여유 있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다“며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갔다. 이호준 코치님께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 보탬이 됐다. 초구를 쳤다. 과감하게 돌리자고 생각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재원은 이후 5회말 1사 1, 2루에서는 자동 고의4구로 출루했다. 달라진 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재원 역시 ”사실 기분이 좋았다. 다행이지 싶었다. 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나갔다“고 웃었다.
특히 그는 앞선 2회초에는 좋은 수비로 LG에 힘을 주기도 했다. 2사 2루에서 알포드의 좌전 안타에 홈을 파고들던 강백호를 정확한 송구로 홈에서 잡아낸 것. 공교롭게도 강백호는 이재원의 서울고 동기이기도 하다.
이재원은 ”홈런 때랑 비슷하게 기분이 좋았다. 공을 던지면서 제발, 제발했다. 던졌는데 다행히(?) (강)백호였다. 있다가 전화해서 장난을 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1루수보다 외야수로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다행이다. 솔직히 외야가 편하기는 하다“며 ”1루수는 쉬운 포지션이 아니다. 늘 내야 선배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재원의 선전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감보다 (타석에서) 덤비지 않으려고 한다. 작년에도 감이 좋았을 때 그 이후 많이 덤볐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문)성주형이 타석에서 되게 조용조용히 잘 치는데, 그런 모습을 지난해부터 봐 왔다. (문)성주형을 비롯해 다른 형들도 많이 이야기를 해줬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일찍부터 ‘국민거포’ 박병호(KT)의 예를 들며 이재원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것을 예고했다.
이재원은 이에 대해 ”박병호 선배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제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인데,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재원은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명단에 포함돼 있다. 24인의 최종 명단은 오는 6월 발표된다.
그는 ”제가 가고 싶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미련을 두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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