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정후로 기대를 받았지만 이젠 김민석(19, 롯데)이란 이름으로 우뚝 서고 있다. 롯데의 결단은 옳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우투좌타 외야수 김민석이 시행착오를 빠르게 벗어나면서 돌풍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민석은 지난해 휘문고를 졸업하고 2023 롯데 1라운드 3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이후 치른 28경기 동안 벌써 멀티히트 경기가 1/4에 해당하는 7경기다. 3안타 이상 경기도 벌써 2차례나 나왔다.
무엇보다 겨우 고졸 1년 차 프로선수인 김민석이 빠르게 프로에 적응하고 있다는 게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또래 신인 야수 가운데선 가장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습이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196/9득점/6타점에 그치며 기대했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석은 5월 이후에만 타율 0.334/5득점/4타점/3도루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도 어느덧 0.250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돋보이는 누적 기록을 올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점차 롯데의 새로운 리드오프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뛰어난 타격 능력과 함께 역동적인 베이스 러닝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롯데 팬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 잡았다. 롯데에 따르면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온라인숍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된 프로페셔널·어센틱 유니폼 판매 순위(5월 11일 기준)에서 김민석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은퇴 전까지 줄곧 1위를 지켰던 이대호의 빈 자리를 메운 선수가 바로 신인 김민석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팀 내 베테랑인 ‘캡틴’ 전준우와 이대호의 후계자로 불리는 한동희를 제친 결과다. 그만큼 올 시즌 롯데 팬들이 김민석에게 갖는 관심과 사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인 야수가 이처럼 많은 주목을 받으며 프로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흔치 않다. 하지만 롯데는 그만큼 확신이 있었다. 지난해 김민석이 고교 무대를 평정하며 최고의 야수로 꼽히던 상황 롯데는 2023 신인드래프트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다.
당시 1순위로 한화가 김서현을, 2순위로 KIA가 윤영철을 지명하면서 롯데는 이른바 ‘고교 빅3 투수’ 가운데 1명으로 꼽힌 신영우(NC, 당시 경남고)를 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원래 계획대로 김민석을 지명했다.
신인드래프트를 꽤 앞둔 시점에서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한 내용이었다. 당시 롯데 고위 관계자는 “김민석이 이정후만큼의 타격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 구단의 자신감이 있다”면서 “타격 능력만 놓고 보면 고교시절 이정후보다 낫다. 수비력에선 약점이 있지만 프로에서 외야수 등으로 전향시키면 본인이 가진 장점을 더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수에서 김민석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또 당시 롯데 관계자는 “고교 선수답지 않은 플레이를 한다. 프로에서 더 경험이 쌓이고 완숙해진다면 롯데의 야수진을 오랫동안 책임질 수 있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어쨌든 오랜 기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트렌드는 투수 위주였다. 대부분의 팀이 우선 상대적으로 희소한 ‘좋은 투수부터 잡고 보자’는 전략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롯데가 만약 김민석을 지명하지 않는다면 1라운드 내에서 고교 최고의 야수로 꼽혔던 김민석을 뽑으려고 계획 중인 복수의 팀들이 있었다.
결국 롯데는 과감하게 가장 빠른 지명 순번에서 김민석을 택했고, 김민석 스스로 그 선택이 옳았음을 지금 증명해 가는 과정이다. 아직 프로에서 김민석이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적어도 김민석 스스로 ‘누구의 후계자’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프로 무대에 당당하게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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