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앞두고 번번이 불운…”아내와 훈련하며 마음 잡아”
차세대 간판으로 우뚝…아시안게임 유력 금메달 후보
(양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간판 정한재(수원시청)는 김현우, 류한수(이상 삼성생명)의 뒤를 잇는 한국 레슬링의 차세대 에이스다.
국내 선수 중에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우승, 2024 파리올림픽 입상에 가장 가까운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한재는 지난 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남자 선수 중 유일하게 시상대에 올랐고, 14일 강원도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2023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했다.
경기 직후 만난 정한재는 “그동안 운이 따르지 않았는데 이젠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한재는 자신의 말마따나 많은 불운에 시달렸다.
그는 2021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최악의 컨디션 속에 2020 도쿄올림픽 레슬링 세계 쿼터대회에 출전했고, 준결승에서 석패해 체급별 2장이 걸린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지난해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했으나 대회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면서 선발전을 다시 치러야 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흔들리던 정한재를 바로 잡아 준 이가 있었다. 아내 오혜민 씨였다.
고교 동창인 둘은 7년 연애 끝에 지난해 7월 결혼했다.
정한재는 “아내도 레슬링 선수 출신”이라며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훈련하면서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체중 조절이 참 어려운데, 옆에서 절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정한재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아내를 위해 뛸 것”이라며 “꼭 금메달을 따 아내의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한재가 레슬링에 입문한 건 중학교 재학 시절 때였다. 유도 선수로 활동하던 정한재는 체질적으로 체중이 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뒤 종목을 전향했다.
탄력이 좋은 정한재는 레슬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유연한 몸과 폭발적인 힘을 앞세워 레슬링 경량급 간판으로 성장했다.
소속 팀인 수원시청의 박무학 감독은 “정한재는 상대 선수를 뽑아 드는 힘이 남다른 선수”라며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지만, 성실한 자세로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정한재는 자신의 특기인 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역도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가슴 위로 역기를 올리는 ‘파워 클린’을 115㎏까지 소화한다. 자신의 체중에 2배가량을 드는 것이다.
정한재는 “유연성만은 자신 있다”며 “특기를 잘 살려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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