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자유계약선수(FA)부터 외인 용병 드래프트까지 모든 과정이 끝났다. 만약 아시아쿼터제까지 시행되지 않았다면 변화의 차이는 더욱 극명했을 것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남자부 외인 트라이아웃을, 11일부터 13일까지 여자부 외인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코로나19 확산세 및 규정이 완화된 후 4년만에 실시된 대면 드래프트다.
이 과정에서 남자부는 모험 대신 경험을 선택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다. 국내진과 손발을 오래 맞췄기에 호흡면에서는 훨씬 안정적이다. 다만,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고임 현상이 심화됐다. 남자부는 현장에 나가서 기대감에 미치는 새 외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총 7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다 아는 얼굴들’을 유지했다.
대한항공, KB손해보험, OK금융그룹, 한국전력은 기존 외인들과의 재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링컨, 비예나, 레오, 타이스가 23-24시즌에도 한국 무대에서 활약한다. 삼성화재는 주포의 얼굴을 바꿨지만 V-리그 경력이 풍부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선택하며 모험은 하지 않았다.
요스바니는 18-19시즌 OK금융그룹, 19-20시즌 현대캐피탈, 20-21시즌 대한항공으로 비교적 최근까지 한국 무대에서 활약했다. 삼성화재에서 뛰던 이크바이리는 올 시즌 현대캐피탈로 건너갔다. 우리카드만이 ‘뉴페이스’ 마테이 콕(슬로베니아)을 영입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앞서 열린 FA에서도 움직인 선수는 나경복(우리카드→KB손해보험) 한 명 뿐이다. 그 외에는 전원 기존 구단 잔류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남자부는 거의 모두가 ‘구관’으로 새 시즌을 꾸릴 준비를 마쳤다. 물론 아시아쿼터는 첫 시행이기에 전부 새로운 선수를 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여자부는 FA와 외인 드래프트, 트레이드에서 다사다난하고 흥미로운 흐름이 관측됐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FA에서는 굵직한 선수들이 움직였다. 직전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으로 과감하게 발을 디뎠다. 연봉 최고액 7억7,500만원에 3년 계약으로 최고 대우를 받는다. 그 뒤를 따라 채선아가 인삼공사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향했다.
이어 IBK기업은행의 중원을 6년 지켰던 베테랑 김수지가 ‘절친’ 김연경과 함께 하기 위해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현대건설 주장이었던 황민경이 이제 파란 옷을 입고 기업은행의 리시브를 책임진다. 노장 투혼으로 현역 최고 맏언니인 정대영 역시 도로공사를 떠나 친정팀인 GS칼텍스로 돌아갔다.
트레이드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이 주전세터 이고은을 보호선수에서 풀었다가 도로공사에 한 차례 내주는 촌극을 빚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23-24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중원 주전이던 최가은까지 내주며 이고은을 겨우 되찾았다.
외인 드래프트 역시 기존 외인들이 일부 이탈한 뒷사정과 겹쳐 새로운 얼굴을 맞이했다. 특히 GS칼텍스는 준수한 활약을 해준 모마를 교체하며 과감한 모험을 시도했다. GS칼텍스에는 새로운 외인 지젤 실바(쿠바)가 들어온다.
현대건설은 부상 이탈한 야스민을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튼튼한’ 모마의 손을 들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모마는 두 시즌을 치르며 한 번인가 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야스민은 중간중간 부상이 있어서 그 점을 고려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현대건설은 부상을 고려해 야스민을 놓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해당 리스크를 기꺼이 안고서 파워와 노련함에 기댔다. 다시 한번 선택받은 야스민은 23-24시즌 다시 한국에서 뛸 수 있게 됐다.
1순위 지명권을 얻은 기업은행은 새로운 주포로 기존 외인이 아닌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미국)을 선발했다. 김호철 감독은 최고의 피지컬은 아니지만 ‘팀과 맞는 배구’를 할 수 있는 선수에 중점을 두고 선발했음을 설명했다.
그 밖에 인삼공사는 지오바나 밀라나(미국), 도로공사는 챔프전 MVP 캣벨을 놓아주고 현장에서 호평받았던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를 선택했다. 새로운 외인들은 오는 7월 말에서 8월 초 구단에 합류한다.
이로써 남녀부 14개 구단이 올 시즌 주전 농사를 마치고 신인 드래프트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남자부는 아시아쿼터 등 필수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동결의 성격이 짙다. 반면, 여자부는 대어들이 옮겨가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보였다.
남자부는 안정적이지만 전년도와 비슷한 그림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다소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객관적인 상황으로 뚜껑을 열기 전까지 기대와 흥미, 눈길이 조금 더 쏠리는 쪽은 여자부 리그다.
‘모험’과 ‘경험’이 한바탕 교차했다. 올 시즌은 어떤 팀이 최후의 승기를 들어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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