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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시프트-방임야구-불분명한 선수기용’… 수베로 향한 한화의 불만, 최원호는 변화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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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수베로 전임 한화 감독. /사진=OSEN
카를로스 수베로 전임 한화 감독. /사진=OSEN

이기는 야구.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모두 지향하는 목표겠지만 한화 이글스엔 더 특별해 보이는 표현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작별을 고한 한화에서 그 이유로 언급했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육성 전문가’를 데려오며 리빌딩을 공언했으나 2년 연속에 이어 올 시즌도 최하위에서 머물자 구단은 칼을 꺼내들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지 않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최원호 신임 감독의 부임 기자회견.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이 하나 둘 언급됐다. 어찌보면 새 사령탑의 나아갈 길이자 구단이 수베로에게 불만을 가졌던 부분처럼 읽히기도 했다.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SSG 랜더스와 경기를 앞둔 최원호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령탑으로서 첫 공식 일정을 가졌다.

팬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구단으로서 많은 돈을 들여 데려온 감독에게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당연스런 이치였다. 수베로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런 식의 이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화는 최근 6경기에서 5승을 거두고 있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그를 떠나보내기엔 시점이 다소 모호했다. 또 연이은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에 대한 구단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 없이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게 팬들의 목소리였다.

최원호 감독의 입을 통해 수베로 감독 경질에 대한 힌트를 더 얻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이유는 ‘못 이기는 야구, 불분명한 필승조와 선수 활용, 무분별한 시프트, 방임하는 방식’ 등 이었다.

12일 더그아웃에서 SSG전을 지켜보는 최원호 한화 신임 감독. /사진=뉴시스
12일 더그아웃에서 SSG전을 지켜보는 최원호 한화 신임 감독. /사진=뉴시스

# 이기는 야구

수베로 감독 경질 이후 손혁 단장의 발언으로 인해 ‘이기는 야구’라는 키워드가 이슈가 됐다. “이기는 야구를 위해 감독 교체를 택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은 이에 대해 “이기는 야구를 해달라고 주문을 받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내년부터는 시즌 초부터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올해는 이길 수 있는 셋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기는 야구’가 되지 않고 이를 위해 감독 교체를 택했다는 게 다시 한 번 나타난 대목이다. 구단은 수베로 감독의 방식으로는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한 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 불분명한 선수 기용,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셋업’

최원호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이길 수 있는 셋업’을 요구 받았다고 했다. 이 중 하나가 선수들의 확실한 기용이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광범위한 포지션에서 뛰었는데 이젠 조금 더 축소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선정,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로 추린 고정 라인업, 투수들은 마무리 포함 3명 정도의 필승조를 확정하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며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케 했다. 내야수로 영입한 신인 문현빈이 대표적이다. 전지훈련 내내 내야수로 뛰었지만 막판 외야수로 테스트를 하더니 시즌에 돌입한 후엔 외야수로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원호 감독이 12일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호 감독이 12일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멀티 포지션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다만 이는 자칫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구단은 이런 수베로 감독의 기용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아가 최 감독은 필승조 확립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누가 필승조이고 추격조인지 모르고 왔다갔다 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구단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 투수의 동의를 얻지 않은 시프트

수베로 감독의 야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적극적인 시프트 활용이었다. 다만 투수들 사이에선 불만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석적으로 수비 위치를 잡았다면 평범한 땅볼 타구가 될 것이 시프트로 인해 안타가 되는 일이 있다보니 투수들 사이에선 시프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최원호 감독이 강조한 건 ‘동의’였다. 그는 “이전엔 투수의 동의를 안 받은 상태에서 했다면 이젠 동의를 얻어 진행하려고 한다”며 “어제 1시간 동안 코칭스태프 미팅을 했다. 오늘 오후에 선수들에게 조사를 했고 다수 선수들이 슬러거 좌타자의 경우에 한해서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프트를 철폐하는 것이 아닌 투수들의 심기를 건드려 경기력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리 동의를 얻겠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주자가 1,3루에 있거나 병살을 유도할 수 있을 때 등엔 자제하려고 한다”며 “수비를 위한 시프트가 아닌 투수가 얼마나 효과적인 피칭을 할 수 있는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투수의 심기를 건드리고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활용했던 한화. /사진=OSEN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활용했던 한화. /사진=OSEN

# 방임야구

수베로 감독은 경기 도중 많은 작전 등을 지시하지 않는 편이었다. ‘육성에만 특화된 지도자’라는 평가가 뒤따르기도 했던 이유다. 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다.

최원호 감독도 큰 틀에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 큰 틀에선 최근 야구 트렌드가 과거 1990년대 때와 비교해 경기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우지 않는다”며 “선발과 중간 투수, 타자들에게 어느 정도 시간을 준다면 경기 운영 포인트는 중후반이 될텐데 개인적으론 리드하고 있을 때 중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리드 당하고 있을 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엔 선수들에게 맡기는 게 90%였다면 이젠 벤치가 작전이나 선수 교체 등과 관련해 10~20% 이상은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3년 전 사령탑에 오른 적이 있지만 당시엔 대행체제로 남은 시즌을 책임졌다. 이젠 정식으로 감독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데뷔전부터 승리를 챙겼고 팀도 3연승 상승세를 탔다.

다만 팬들은 여전히 수베로 감독 경질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성적이다. 성적을 이유로 수베로 감독과 작별했기에 최원호 감독에겐 이와 관련해 더 엄격한 잣대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에게서 문제라도 느낀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며 결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12일 SSG전 승리 후 기뻐하는 한화 선수들. /사진=한화 이글스
12일 SSG전 승리 후 기뻐하는 한화 선수들. /사진=한화 이글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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