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랜더스 외야수 한유섬이 원래의 타격폼으로 돌아온다.
지난 2012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 0.272의 타율과 166홈런 542타점을 올린 한유섬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 도전에 나섰다. 본인이 느끼기에 예전 자세가 부상 위험을 안고 있어서 자세를 조금 높이는 방향으로 타격폼을 수정한 것.
그러나 그는 좀처럼 새 폼에 적응하지 못했다. 4월 한 달간 단 한 개의 아치도 그리지 못한 채 타율 0.183, 6타점에 그쳤다. 5월 들어서는 지난 4일 인천 KT위즈전(10-2 SSG 승)에서 시즌 첫 홈런포를 가동했지만, 시즌 타율은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 전까지 0.179에 머물렀다.
7일 키움전에서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 에릭 요키시로 예고되자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한 한유섬.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 존재감을 발휘했다.
SSG가 5-6으로 뒤지던 7회초 박성한의 안타와 최주환의 볼넷으로 연결된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선 한유섬은 상대 우완 불펜투수 하영민의 초구 139km 슬라이더를 받아 쳐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어 한유섬은 양 팀이 6-6으로 맞선 9회초 다시 한 번 중요한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박성한, 길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와 최주환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만들어진 것. 그러나 이번만큼은 한동민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상대 좌완 불펜투수 김재웅의 6구를 힘껏 노려쳤지만, 3루수 내야 플라이에 그쳤다.
하지만 한동민은 그 아쉬움을 연장 11회초에 털어냈다. 최정의 2루타와 최주환의 유격수 땅볼 타구에 나온 상대 실책으로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상대 우완 불펜투수 김동혁의 4구를 때려 우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쏘아올렸다. 이후 10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좌완투수 백승건이 11회말 키움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한유섬은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만난 한유섬은 7회초 동점 적시타를 때려낸 상황에 대해 “상대 투수가 속구도 빠르고 변화구 같은 경우도 빠른 계통이어서 직구 타이밍에 쳐야지 생각하고 들어갔다. 그것마저도 좀 늦어서 (타구가) 먹혔는데, 코스가 좋아 안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전(9회)에 충분히 끝낼 수 있었는데 제가 해결을 못해 연장까지 갔다. 연장에서 찬스가 와서 이번에는 무조건 끝내고 싶단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외야로 플라이 (타구)가 났고 희생플라이가 됐다”고 결승 타점을 올린 순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한유섬의 이번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은 최정은 통산 1299번째 득점을 올리게 됐다. 이는 양준혁 해설위원과 함께 KBO리그 이 부문 공동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여담으로 1위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가지고 있는 1355득점이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한유섬은 “제가 어떻게 계속 경기에만 나가면 (새 기록을 세우는) 정이 형의 기록을 다 체크할 수 있겠나(웃음)”라며 “어찌됐던 축하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다. 워낙 좋은 선수다. 특히 제가 쳤을 때는 얕은 플라이라서 애매하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최)정이 형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희생타가 돼 팀이 이길 수 있었다. 제가 기록도 별로 안 좋고 외야로 겨우, 겨우 쳐 놨는데 더 열심히 뛰어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 타격폼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한유섬은 “내가 내 입으로 (타격감이) 올라왔다, 안 올라왔다 말 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원점으로 돌아와서 작년에 좋았을 때 모습으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타격폼 수정이) 제가 도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실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시도를 했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아쉽지만 지금은 고집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오롯이 소속팀 SSG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였다. “팀이 잘 돌아가야 한다. 저 혼자만 야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안 되면 훈련을 해야 한다. 많은 (훈련)량을 가져가며 안 아픈 선에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한유섬의 말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 결국 원래의 타격폼 복귀라는 결정을 내린 한유섬. 과연 그가 예전에 모두가 알고있던 강타자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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