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안우진. |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하지만, 정도껏이다.
흔히 선발 투수는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하면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 선발진은 퀄리티 스타트 18회(리그 1위), 매 경기 5.71이닝(리그 1위) 소화로 차고 넘치는 활약을 하고 있다. 안우진 6회, 에릭 요키시 4회, 아리엘 후라도 4회, 최원태 3회, 정찬헌 1회로 선발 로테이션 순으로 기대했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키움은 13승 16패, 리그 8위로 처져있다. 타율 0.243(리그 8위), 출루율 0.319(9위), 장타율 0.338(9위)로 대부분의 타격지표에서 하위권을 형성 중인 타선의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그 탓에 선발 투수들의 득점 지원도 3.48점으로 리그 꼴찌다. 등판당 6.43을 지원받는 요키시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고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최원태 2.31점(리그 2위), 안우진 2.86점(리그 5위)으로 국내 투수들은 불운한 것만 따지면 리그 톱5에 드는 수준이다.
저조한 득점 지원은 잘 나가던 선발 투수도 흔들리게 한다. 6일 고척 SSG전이 꼭 그랬다. 안우진은 3회까지 삼진만 6개를 잡는 위력투를 펼쳤다. 하지만 키움 타선도 상대 선발이 에이스라도 된 양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러자 난공불락 같던 안우진도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다. 4회 최주환과 최정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더니 5회에는 박성한에게 장타를 허용하며 끝내 실점했다. 박성한은 최항의 번트 때 3루에 도달했고 안우진의 폭투 때 홈을 밟았다. 6회에는 최주환의 벼락같은 홈런포로 차근차근 2점을 쌓았다. 7회말 2사 만루에서 아쉬운 주루 플레이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친 키움과 대조적이었다.
덕분에 박종훈은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와 첫 승을 동시 달성하며 평균자책점을 5.57에서 4.50으로 크게 낮췄다. 이처럼 올 시즌 키움을 만나면 상대 투수들이 1선발 못지않은 활약을 하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진한 타선을 살리기 위해 키움도 공을 들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 베테랑 이원석을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컨디션이 좋은 타자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결국 관건은 중심 타자 이정후의 타격감 회복이다. 지난 시즌도 타격에 기복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이정후와 야시엘 푸이그가 클린업에서 구심점이 돼줬기에 마음 놓고 타순을 조정할 수 있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는 장타력을 늘리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다. 타율 0.224, 3홈런 14타점, 출루율 0.325 장타율 0.346으로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한 상황. 그러나 지난 6시즌 간 잠시의 슬럼프가 있어도 결국 3할 타율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꾸준함의 대명사였기에 키움은 믿고 기다리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상적인 타순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고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당분간은 이정후가 앞에서 좋은 타격으로 출루를 많이 하고 김혜성과 러셀이 타점을 올리는 공격 루트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이후 결과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이정후 본인이 만족하는 타격 성적이 올라온다고 하면 팀에도 더 활력소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키움 이정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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