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정찬헌. (키움 제공) |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FA 미아’ 위기에 놓였다가 개막 직전 계약을 맺은 정찬헌(33·키움 히어로즈)이 시즌 첫 등판에서 놀라운 호투를 선보였다. 홀로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독립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일군 ‘반전 스토리’다.
정찬헌은 “내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고 미소지으면서도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많다”며 각오를 다졌다.
정찬헌은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팀 타선이 받쳐주지 않은 탓에 1-3으로 패배,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지만 정찬헌에게는 승패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준수한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정찬헌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를 신청했지만 원소속팀 키움을 비롯해 다른 구단들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동계훈련도 홀로 소화하며 몸을 만들던 그는 시즌 개막 직전 키움과 2년 총액 최대 8억6000만원에 계약하며 극적으로 팀에 합류했다.
정찬헌은 “키움이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에 대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한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그런 것을 마음에 담으니 허투루 던진 공이 하나도 없었다. 작년처럼 쉽게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6이닝까지 던진 공은 62구. 60구의 투구수 제한이 있었음에도 6회까지 소화할 정도로 투구수 관리를 잘했고, 여전히 위력있는 공을 보여줬다.
정찬헌은 스스로의 투구에 대해 “전체적인 제구나 구종·코스 선택은 마음에 들었다”면서도 “아직은 내가 원하는 투구 스타일은 아니다. 예전까지 너무 얌전하게 던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더 공격적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키움 히어로즈 정찬헌. (키움 제공) |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41㎞, 평균 구속은 130㎞ 후반대에 머물렀다. 통상적인 리그 선발투수들과 비교해도 느린 구속에 속한 편이었다.
하지만 정찬헌은 “구속은 중요하지 않다”고 힘줘 말하며 “구속에 신경쓰면 조금 더 빨리 던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더 정확하게, 볼끝을 더 지저분하게, 원하는 공을 더 확실하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 스피드 욕심보다는 내가 가진 것들의 완성도를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을 맞이하고, 5선발 자리에서도 활약을 펼쳤지만 여전히 개인 욕심은 없다.
정찬헌은 “어려울 때 내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좀 더 만족스러울 것 같다”며 팀을 먼저 생각했다.
프로 2년차인 2009년부터 줄곧 불펜투수로만 뛰었던 정찬헌은 2020년부터 선발투수로 전향, 올해 4년차 시즌을 맞이했다.
서서히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스타일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찬헌은 “어렸을 때처럼 잘 던질 수는 없겠지만 선발투수로 어느 정도 스타일이 정립된 것 같다”면서 “전까지는 주변의 말들에 많이 흔들렸는데 이제는 스스로의 확신을 갖고 내 투구 매커니즘으로 던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 경기를 했을 뿐이다. 아직 던져야 할 경기가 많다”면서 “오랜만에 실전 투구로 길게 던지면서 실전 체력을 더 늘려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더욱 발전된 모습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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