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어디서나 “킴!킴!킴”…김민재 현지 인기 실감
(나폴리=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킴(Kim)의 나라에서 왔습니까?”
이탈리아 남부 항구 도시 나폴리에서 한국인 수비수 김민재(27·나폴리)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찾아가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참고로 다른 유럽도 마찬가지겠지만 이탈리아에선 가는 곳마다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냐고 묻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한국인이라고 답하면 다음 질문은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 묻는다. 이 변치 않는 레파토리를 깬 곳이 바로 나폴리였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나폴리의 리그 우승 확정 하루 뒤인 5일(현지시간) 구단의 연고지인 나폴리를 찾았다.
나폴리 중앙역에 내려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더니 직원이 대뜸 “킴의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 직원은 “킴!킴!킴!”을 외치며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인에 대한 환대는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나폴리 시내 중심인 플레비시토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국인인 걸 알고는 거의 예외 없이 “킴!킴!킴!”을 외치며 환영했다.
눈이 마주치자 “킴!킴!킴”을 외치고 지나가는 청소년들까지, 나폴리인들은 김민재의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33년 만의 리그 우승으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한 나폴리 시내 곳곳에서 우승 주역인 김민재의 사진과 유니폼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플레비시토 광장과 제수 누오보 광장을 잇는 골목에 있는 노점상들의 진열대에서도 김민재 피규어와 등번호가 그려진 냉장고 자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폴리는 축구 사랑이 유별나기로 유럽 내에서도 유명하다.
가난한 도시이고 실업, 조직범죄를 포함해 여러 문제가 있지만, 나폴리 시민들은 축구를 통해 시름을 잊고 행복을 찾는다.
그런 나폴리 시민들에게 우승이라는 최대치의 행복을 안겨준 선수들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한국인이 극진한 환대를 받는 것은 김민재가 나폴리 시민들에겐 그만큼 고맙고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폴리에 김민재는 ‘굴러온 복덩이’나 다름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로 떠난 칼리두 쿨리발리를 대신해 나폴리에 입단한 김민재는 입단 한 시즌 만에 주전 자리를 꿰차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리그 33경기 중 32경기를 선발로 뛰었고, 나폴리는 리그 최소 실점 1위를 기록했다.
현지 스포츠 전문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김민재를 향해 “이번 시즌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그는 클럽 레전드인 쿨리발리를 대체했다. 누구도 한국의 국가대표 수비수가 1년 만에 쿨리발리보다 더 큰 레전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민재는 축구 외적인 면으로도 나폴리인들을 사로잡았다. 김민재의 등에는 십자가를 들고 있는 예수 형상의 문신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나폴리 팬들은 김민재의 문신을 보고 ‘우리 선수’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민재도 팀을 잘 만난 셈이다.
나폴리에서 만난 주세페 라바노(47)씨는 “김민재가 입단 초기 동료들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호감이 생겼다”며 “그런 적극적인 면이 있었기에 팀에 잘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까까체(40)씨는 “아직 한 시즌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김민재는 빠르고 공격적이고 집중력이 뛰어나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빗장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수비의 제왕’이 된 김민재는 벌써 이적설에 휘말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등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빈첸초(45)씨는 ‘김민재가 올 시즌 뒤 이적할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하자 “오늘처럼 즐거운 날에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