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 해리슨 2m32로 1위·우상혁은 2m27로 2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미국 최고’ 주본 해리슨(24)이 세계 최정상급 점퍼로 도약하면서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견제해야 할 상대가 한 명 더 늘었다.
우상혁은 이미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외에도 경쟁심을 부르는 선수가 꽤 있다. 해리슨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올해 첫 대결에서 우상혁은 해리슨의 성장을 확인했다.
우상혁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수하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 시리즈 도하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로 2위에 올랐다.
‘현역 최고 점퍼’ 바르심(2m24·3위)은 제쳤지만, 2m32를 넘은 해리슨에게 밀려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2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우상혁은 지난해 5월 14일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2m33을 넘어, 2m30의 바르심을 제치고 우승했다. 당시 해리슨은 2m20으로 5위에 그쳤다.
2022시즌 남자 높이뛰기는 바르심과 우상혁의 ‘2파전’ 구도였다.
세계육상연맹은 2022년 남자 높이뛰기를 돌아보며 “우상혁과 바르심은 2022년 남자 높이뛰기 스타였다. 우상혁이 실내 경기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바르심이 실외 경기에서 현역 최강의 위용을 뽐냈다”고 총평하기도 했다.
우상혁은 지난해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2m34를 넘어 우승했다. 당시 세계실내선수권에는 바르심이 불참했다.
5월 14일 도하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개막 시리즈에서도 우상혁은 2m33을 넘어, 2m30의 바르심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7월 19일 미국 유진 실외 세계선수권에서는 바르심이 2m37을 넘어, 2m35의 우상혁을 제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해리슨은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m27로 9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해리슨은 2022년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에 진출해 9월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경기에서 2m34를 넘어 탬베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탬베리도 2m34를 넘었지만, 해리슨의 실패 횟수가 많아 1·2위가 갈렸다.
개별 다이아몬드리그에 자주 출전하지 못한 우상혁은 랭킹 포인트를 많이 쌓아야 나설 수 있는 파이널시리즈에 참가하지 못했다.
2022시즌 마지막 대회를 기분 좋게 마친 해리슨은 2023시즌 초반 힘을 내고 있다.
4월 2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자국대회에서 2m33을 넘어 조엘 바덴(호주)과 기록 기준 세계 랭킹 공동 1위에 올랐다.
여기에 다이아몬드리그 개막 시리즈에서 우상혁과 바르심을 꺾고 우승했다.
우상혁은 해리슨이 우승을 확정한 뒤, 그에게 다가가 가볍게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해리슨은 높이뛰기와 멀리뛰기를 병행하는 선수다.
높이뛰기 2m36, 멀리뛰기 8m47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한 해리슨은 ‘세계 최초로 높이뛰기 2m30 이상, 멀리뛰기 8m40 이상을 뛴 선수’로 기록됐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는 멀리뛰기 5위(8m15), 높이뛰기 7위(2m33)에 오르기도 했다.
해리슨은 지난해부터는 높이뛰기에서 더 높은 국제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
우상혁이 은인이라고 부르는 김도균 코치는 “해리슨이 지난해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에서 2위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확실히 좋아졌다. 기복이 줄었다”라며 “우리가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볼 선수”라고 밝혔다.
2023시즌 해리슨이 ‘꾸준히 2m30 이상을 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면서, ‘경쟁을 즐기는’ 우상혁의 가슴도 더 뜨거워졌다.
우상혁과 해리슨이 올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이다.
2023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예선은 한국시간으로 올해 8월 20일 오후 5시 35분, 결선은 23일 오전 2시 55분에 열린다.
부다페스트에서 우상혁과 해리슨은 바르심과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또한, 우상혁이 ‘인생 목표’로 정한 2024년 파리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라도 해리슨을 꺾어야 한다.
바르심을 꺾은 것도, 해리슨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우상혁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우상혁은 “바르심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8월에 열리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르심이 오늘과 같은 몸 상태로 출전할 리가 없다”고 바르심을 예우했다.
이어 “해리슨은 지난해에 시즌 초에 부진했지만, 후반부에는 좋은 기록을 냈다. 해리슨은 젊은 선수다. 많은 종목이 그렇지만, 높이뛰기는 경험이 중요하다. 나도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2m35로 4위) 이후 많은 대회에 출전하면서,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2m34로 1위), 실외 세계선수권(2m35로 2위)에서 메달을 땄다”며 “해리슨이 아직 메이저대회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곧 큰 경기에서도 시상대에 오를 것 같다. 물론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내가 해리슨을 이기고 싶다. 꼭 이겨야 한다”고 해리슨을 향한 경쟁심을 드러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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