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또 득점 1위다. ‘소년장사’ 최정(36)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최정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사구 1도루 3득점 맹활약을 펼쳐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승리로 3연승을 달린 SSG는 시즌 18승(10패)으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3년 연속 어린이날 승리의 기분 좋은 기록도 이어갔다.
적시타 등 타점을 올린 결정적인 주연은 아니었지만, SSG의 이날 경기 모든 득점 장면에 항상 최정이 있었다. 실제 최정은 이날 멀티히트와 몸에 맞는 볼로 세 차례 출루해 SSG가 기록한 3득점을 모두 독식하며 맹활약했다.
경기 종료 후 최정은 “최근 경기에서 계속해서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어 기쁘다(8경기 연속 안타)”면서 “개막전부터 타격할 때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습관이 있었고 이를 보완하고자 훈련에 매진했다. 실제 경기에서 준비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정의 설명대로 4월 2할대 초중반대에 머물렀던 시즌 타율도 어느덧 0.290까지 올라왔다. 그외 타격 지표 성적도 어느새 최상위권이다. 이날에만 3득점을 추가한 최정은 시즌 24득점으로 종전 1위 김혜성(키움, 22득점)을 제치고 부문 리그 선두로 뛰어올랐다. 홈런은 4개로 부문 공동 6위, 타점은 21타점으로 부문 공동 4위다.
어느덧 30대 중반도 훌쩍 넘겨 후반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의 득점력과 타점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더 놀라운 부분이다.
5일 경기 최정의 활약도 완벽했다.
먼저 최정은 4회 2사에서 좌측 방면의 안타로 답답했던 SSG 공격의 물꼬를 텄다. 1회부터 상대 선발 투수 정찬헌에게 퍼펙트로 틀어막혀 있었던 SSG의 침묵을 깨는 첫 안타인 동시에 첫 출루 기록이었다.
나아가 최정은 후속 길예르모 에레디아의 타석에서 상대 팀의 의표를 찌르는 기습 도루를 성공시켜 2루로 파고 들었다. 상대가 느린 변화구를 던질 것을 간파한 듯 주저 없는 베이스러닝이었다. 최정은 에레디아의 좌중간 적시타 때 여유 있게 홈을 밟으며 이날 경기 첫 득점을 올렸다.
최정은 이어 7회 초에도 1사 후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후 박성한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2-0으로 SSG가 달아나는 이날 2번째 득점을 올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키움이 1점을 따라붙은 2-1 리드 상황 9회 초에도 쐐기점의 물꼬를 텄다. 이번에는 이닝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구원투수 양현의 1,2구를 모두 골라낸 이후 3구째 투심패스트볼(129km)을 침착하게 받아쳐 투수 글러브 옆을 빠져 나가는 안타를 때려냈다.
이어진 상황 에레디아의 안타와 한유섬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루한 최정은 최상민의 적시타 때 다시 한 번 홈을 밟으며 팀이 3-1로 달아나는 쐐기득점을 올렸다. 동시에 이날에만 3득점을 홀로 올린 최정이었다.
이런 최정의 활약으로 SSG도 다시 1위를 탈환한 데 이어 2위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최정은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선수들끼리 여유 있게 즐기면서 게임에 임하고 있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분위기를 선두 질주의 이유로 꼽았다. 또한 이날 맹활약으로 3년 연속 어린이날 승리라는 귀중한 순간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최정은 “어린이 날을 맞아 경기 전 날씨가 좋지 않아 어린이 팬들이 실망했을 것 같다”면서 “다행히 오늘 돔구장에서 경기하면서 야구를 보여줄 수 있고 더불어 승리까지 선물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경기에 앞서 전날인 4일 최정은 12년째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구단을 통해 알린 바 있다. 최정이 2012년부터 12년째 국제바로병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랑의 홈런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정규시즌 최정이 홈런 1개를 기록할 때마다 인천지역 소외계층 1명의 인공관절 수술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지역상생 프로그램이다. 무려 12년 동안 활약하며 수없이 많은 환자들에게 인공관절을 선물하기도 한 최정은 올 시즌에도 벌써 4명의 환자들의 수술을 확정했다.
여러모로 변함이 없는, 지금 나이를 고려하면 더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한 소년장사의 시간은 여전히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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