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 대장’ 오승환(40.삼성)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 투수로 나선다.
마무리 투수와 중간 계투로서 한계를 보인 것이 문제였다. 좀 더 긴 이닝을 던지며 자신감과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무대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 오승환이 몇 이닝을 던질 수 있을 것인지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4이닝 정도는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태미너에 있어서는 그 어떤 마무리 투수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였지만 팀이 필요로 하면 긴 이닝 소화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투혼을 보였던 투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3년 한국시리즈 2차전이었다.
오승환은 10월 25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서 1-1로 맞선 9회 1사 1루에 등판해 4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아내며 괴력을 선보였다.
2005년 7월 2일 대구 현대전(4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투구수 56개) 이후 두 번째 4이닝 투구였다.
투구수가 무려 53개나 됐다. 6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한국시리즈 최다 타이기록(김광현)을 썼다.
또 13회 선두타자 김현수까지 12타자를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는 빼어난 투구를 했다. 비록 다음 타자 오재일에게 홈런을 맞아 패전 투수가 됐지만 누구도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없었다.
오승환은 일본 진출 후에도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역시 팀이 필요로 하면 멀티 이닝을 주저하지 않았다.
2014년 10월 12일 일본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막스시리즈(CS) 퍼스트 스테이지 2차전 히로시마와 경기에서 3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일본 무대 최다인 3이닝 투구였다.
오승환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서 “전에 던진 이닝을 잊고 다음 이닝을 처음으로 던진 이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승환이 국내리그에서 3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한 것은 정규리그서만 6경기나 있었다.
물론 이 시기보다 체력적으로 떨어져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그 누구보다 충실한 훈련으로 단련된 선수다. 아직 공 던지는 체력은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때문에 4이닝 정도는 충분히 자기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승환은 박진만 감독에게 “5이닝 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은 그렇게까지 긴 이닝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살짝 마음은 흔들렸다고 했다. 그 투수가 오승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담 마무리 투수였지만 멀티 이닝에도 힘이 떨어지지 않고 구위를 유지할 수 있는 스태미너를 갖고 있던 오승환이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도 공 던지는 체력이 여전함을 증명할 수 있을까. 오승환이 몇 이닝을 던져주느냐에 따라 이날의 승.패도 갈릴 가능성이 크다.
오승환의 경기 내용 못지않게 책임 이닝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승환은 ‘역시 오승환’이라는 찬사를 끌어낼 수 있을까.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한 이닝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해있을는지도 모른다.
오승환은 과연 몇 이닝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3일의 프로야구를 후끈 달아오르게 할 중요한 화두가 됐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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