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에서의 첫 시즌 판은 어떻게 될까? 한 시즌간 페퍼저축은행과 부지런히 손발을 맞춰온 주전 세터 이고은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페퍼저축은행은 2022-23시즌, 김형실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의 이유로 자진사퇴한 뒤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했다. 국내외로 후보를 물색한 끝에 38세의 아헨 킴 감독과 손을 잡았다.
아헨 킴 감독은 지난 2021년 브라운대학교를 사상 최초 NCAA 64강 토너먼트에 진출시켰다. 그 해 13승 1패를 기록한 아헨 킴 감독은 아이비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단 측에서는 “선수 저변이 넓은 미국은 NCAA팀만 1천개 가량에 달하는데 팀을 64강 토너먼트까지 끌어올린 그의 지도력을 주목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주, 본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아헨 킴 감독은 “선수단이 오는 30일부터 소집되어 5월 1일부터 훈련에 들어간다”며 “선수단 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들어와서 직접 보는 한국 프로배구는 미국 대학리그 배구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에 대해 묻자 아헨 킴 감독은 “미국의 미들블로커가 더 빠르고 높이도 더 높다, 반면 V-리그는 전반적으로 NCAA보다 서브가 강한 특징이 있다”며 “한국 프로배구와 미국 NCAA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준수한 팀은 수비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비시즌 아헨 킴 감독은 데이터 배구와 더불어 스피드 배구, 특히 속공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속공에 중점을 둔 전략에 대해 묻자 그는 “최근 처음으로 시행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미들블로커 엠제이(MJ) 필립스를 영입했다”며 “100%는 아니지만 일정부분은 중원 선수층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세터와 미들블로커 간 호흡을 맞추고 미들블로커의 움직임을 정리하는 것이 비시즌의 주요 과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풀린 자유계약선수(FA) 명단에서 대어 박정아(前 한국도로공사 소속)를 영입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헨 킴 감독은 이에 대해 “FA에서 이한비, 채선아, 박정아 등의 아웃사이드 히터 선수들과 계약을 했고 미들블로커 역시 보강했는데, 이처럼 비시즌 큰 과제는 다방면에서 공격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엠제이 필립스 선수와 기존 핵심 선수들 간에 이동공격에 특화된 선수들이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기 중 득점력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알고있다”며 “득점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리시브와 더불어 일정한 템포로 공이 세팅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지난 26일, 구단은 FA 보상선수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고 도로공사에 갑작스럽게 보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페퍼저축은행에 남아있는 세터진은 이현, 구솔(현 미들블로커 포지션), 박사랑으로 사실상 육성 및 기량 보강이 필요한 선수 구성이다. 이에 따라 감독이 짜는 전술판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페퍼저축은행 구단 관계자는 같은 날 오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로공사 측이 이고은을 선택할 것이라는 보장이 확실히 없으므로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다”고 전했으나 구단의 예상을 빗나가며 판을 완전히 새로 짜게 됐다. 보상선수 발표 이후 도로공사 관계자는 본지에 “이고은이 풀린 것을 보고 즉전감이 필요해 망설임없이 선택했다”고 전했다.
선수 이적이 공식 발표된 뒤, 본지 취재진은 구단을 통해 아헨 킴 감독에게 세터진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들을 수 없었다. 관계자에 의하면 아헨 킴 감독은 컨디션 난조로 인해 답변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서면 인터뷰는 구단 FA 일정상 이유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이전 작성되어 선수 이적 작업을 마친 이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아헨킴 감독은 서면 인터뷰 말미에서 “재능보다 노력의 힘을 강조한다”며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열정과 끈기로 노력해야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울러 “더 빠른 스타일의 배구를 하고 싶으며, 페퍼저축은행 선수들도 제가 기존에 지도했던 팀이 보여줬듯 코트 안에서 결의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전 세터의 이적 또한 아헨 킴 감독의 ‘데이터’에 들어있는 결과였을까? 혹은 데이터 밖의 결과값이 되었을까? 닻을 올릴 ‘아헨 킴 호’가 올 시즌 추구하는 배구의 윤곽은 어떻게 그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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