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패전 처리 투수로까지 밀린 것일까.
KIA가 FA 보상 선수 신화까지 기대하며 영입했던 투수의 보직이 아리송해졌다.
이제는 크게 뒤진 상황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순간에 마운드에 올랐다. 기용법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순간을 접하게 됐다.
KIA 불펜 투수 김대유(32) 이야기다.
김대유는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NC와 경기서 0-6으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3일 삼성전 이후 하루만 쉬고 등판했다.
사실상 경기가 넘어간 상황이었다. 6점차를 한 이닝에 뒤집기엔 KIA의 공격력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김대유가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현재 김대유가 팀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1이닝 남은 6점차 승부도 포기해선 안 된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지를 다진 등판으로도 해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패전 처리 투수가 등판하는 타이밍이었다.
만에 하나 실점을 할 수는 있어도 최소 실점으로 막고 9회말을 노릴 수 있게 하는 투수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2년 연속 두자릿수 홀드와 2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핵심 불펜 투수를 쓸 상황은 아니었다.
성적을 보면 할 말이 없기는 하다.
김대유는 25일 현재 10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2홀드, 평균 자책점 9.53을 기록하고 있다.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짧게는 한 타자만 소화하는 투수로 활용했는데 10경기 중 안타나 볼넷 없이 완벽하게 막아낸 경기는 3경기에 불과해다.
나머지 경기서는 안타를 맞거나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1점차 숨 막히는 상황에서 쓰기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좀 더 깔끔한 등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좀 더 부담이 덜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렸다는 계산은 가능하다.
그런 의미라면 감독의 깊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등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불펜이 양적으로는 충분한 KIA이기 때문에 좀 더 편한 상황에서 등판해 마음껏 자기 공을 던져 보라고 기회를 준 것이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럴 경우 김대유를 앞으로 패전 처리 정도로만 쓰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귀하게 쓰기 위해 자리를 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느 쪽이건 김대유의 분발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의 성적으로는 팀에 힘이 되기 어렵다.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제 자리를 빨리 찾아가야 한다.
감독의 복심이 무엇이었건 간에 스스로 구위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미스터리를 푸는 것은 그 이후에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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