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와 만루는 서로 뗄 수 없는 단어다.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제구 탓에 만루 위기에 처하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만루 위기를 넘기는 까닭이다. 바깥에선 이의리의 무사 만루 위기 상황을 두고 ‘이의리 만루 챌린지’라는 재밌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4월 25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도 이의리는 만루 상황을 또 맞이했다. 이날 이의리는 2회 초 안타 뒤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이의리는 후속 타자 도태훈에게 126km/h 슬라이더를 구사하다 팔꿈치에 공이 맞는 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했다. 도태훈이 팔꿈치를 의도적으로 내밀었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실점 번복은 없었다.
이후 이의리는 후속 타자 박세혁을 병살타로 유도해 대량 실점 위기를 막았다. 3회 초 무사 1,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이의리는 4회 초 다시 2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천재환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추가 실점을 막은 이의리는 5회 초 수비를 앞두고 김기훈과 교체됐다. 투구수 총 87구까지 던진 가운데 KIA 벤치는 이의리의 다가오는 일요일 등판(30일 잠실 LG전)을 고려한 결정을 내렸다.
이의리는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 1.99 28탈삼진 23사사구 WHIP 1.68을 기록했다. 제구 난조로 출루 허용률이 높지만, 이의리는 위기 상황에서 더 강해지는 투구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 이의리가 맞이한 주자 만루 위기 상황은 9타석이었다. 그 9타석 가운데 피안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하나 있는 실점이 25일 경기에서 밀어내기 사구로 나왔다. 만루 상황 9타석에서 8타수 무피안타 1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소위 말하는 ‘만루 변태’다운 투구를 보여준 셈이다.
KIA 김종국 감독도 이의리의 ‘만루 챌린지’에 대해 “출루를 많이 허용해도 실점을 최소화할 줄 아는 투수”라며 개의치 않는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현재까지 앤더슨과 양현종은 기대만큼 원투 펀치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이의리도 출루 허용이 많지만, 실점에 있어선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선발이다. 메디나만 살아난다면 선발진 운용이 보다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의리의 장점과 단점은 명백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지만, 곧바로 제구력을 되찾는 순간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위력적인 구위의 공은 타자들이 방망이로 건들기 힘들 정도다. 김 감독의 말처럼 실점 계산이 서는 결과를 계속 보여준다면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굳이 일부러 건들 필요가 없다.
‘선발 투수 이의리’를 향한 김종국 감독의 굳건한 신뢰는 향후 이의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결국, 선수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인 구위와 구속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의리는 성장해야 한다. 제구 개선을 위해 인위적인 변화를 주는 건 리스크가 큰 방향이다. 과연 이의리가 다가오는 등판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할껏 살린 투구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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