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의 목표는 한 시즌을 건강히 풀로 뛰는 것이었다.
지난 2015년 KT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엄상백은 꾸준히 가능성을 보인 끝에 지난해 후반기부터 선발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22시즌 성적은 33경기(140.1이닝) 출전에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로 아쉽게 규정 이닝(144이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0.846의 승률을 기록하며 당당히 승률왕 타이틀을 따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올 시즌에도 그를 향해 많은 기대감이 쏟아졌다. 그러나 시작은 좋지 못했다. 지난 4일 홈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등판했지만,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부상 부위가 투수에게 있어 치명적인 팔꿈치라 많은 우려가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엄상백은 이러한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그는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서 2주 만에 선발등판했다. 결과는 5이닝 2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로, 투구 수는 68구에 불과했다. 팀이 5-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그는 KT가 결국 5-2로 이김에 따라 시즌 첫 승의 기쁨도 누리게 됐다.
경기 후 만난 엄상백은 “(공을) 안 던진지 오래 돼 트레이너와 코치님, 감독님이 70구 정도 생각하고 던지자고 하셨다. 저도 목표한 이닝이 5이닝이었고 70구 안으로 던지자고 했는데 좋게 결과가 나왔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엄상백은 32개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는 패스트볼(24개)보다 많은 수치였다.
그는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이 많이 들어갔다. 체인지업이 유용했던 것 같다.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반응이 좋지 못했다. 좌타자도 많았고 그래서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엄상백은 “제가 군 전역 후 던지는 레퍼토리가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을 때는 5이닝 100개의 (많은) 볼을 던졌다. 파울도 많이 나고 인플레이 타구도 많이 안 나왔다”면서 “작년에 잘 될때도 그렇고 체인지업 비중을 높이니 타자들 잡기가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빠른 볼 위주의 투구였는데, 체인지업을 섞어가며 던지니 (타자들이) 복잡해지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후반기부터 밸런스가 잡히기 시작한 것 같다. 올해도 던져보니 (몸이) 안 잊어먹고 유지를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나가도 수월하게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엄상백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는 선발투수란 어떤 자리일까.
엄상백은 “작년에 대체선발 했을 때는 팀이 이기기만 하자는 마음으로 던졌다. 그러나 (고)영표형도 그렇고 (소)형준이도 그렇고 긴 이닝을 던지는 투수들을 보니 저게 선발투수의 가치구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비록 오늘 점수를 줬지만 (상대 선발투수) (박)종훈이형도 6이닝을 던지는 것을 보고 좋은 투수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여담으로 박종훈의 이날 성적은 6이닝 10피안타 1피홈런 4사사구 1탈삼진 5실점 4자책점이었다.
많은 부상자들로 울상을 짓고 있는 KT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0일 SSG에게 5-8로 무릎을 꿇긴 했지만, 7승 1무 6패로 호시탐탐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 이 원인에는 KT 특유의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상백은 “(KT는) 누가 나가도 잘 던지고 잘 막는 팀이다. 저도 5선발 타이틀에 전혀 의미를 안 두고 있다. 제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끼리의 갈등은) 전혀 없다. 경쟁이라기보다는 서로 부족한 것이 있으면 투수들끼리 이야기를 서로 한다. 시기, 질투 이런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더 응원해주는 그런 좋은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안 아프게 1년 롱런하는 것이 목표다. 타이틀 욕심은 없다. 롱런하면 (타이틀은) 알아서 온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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