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한국 야구가 내놓은 방책은 논란 없는 선수 대표팀 발탁 및 세대교체였다.
한국 야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주요 국제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인기에 불을 지폈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더욱 발전하리라는 예상을 뒤로하고 한국 야구는 2010년대 들어 퇴보됐다. 지난 10년 간 NC 다이노스와 KT위즈 등 두 개의 신생 구단이 탄생했으며 선수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외국인 쿼터가 확대됐지만 질적인 성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에 이어 세계 3대 리그라 자부하던 KBO리그는 이 영향으로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들이 속출했으며 경기력은 바닥을 쳤다.
이 여파는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으로도 연결됐다. 한국은 2010년 이후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우승을 제외하면 주요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3 WBC와 2017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며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진행된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도 노메달(4위)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절치부심한 한국 야구는 올해 초 진행된 2023 WBC에서 지난 2009년 대회에 이어 14년 만의 4강 진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지난 2013년, 2017년 대회에 이어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이라는 쓰라린 결과물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서준원(전 롯데 자이언츠)의 미성년자 관련 범죄, 이천웅(LG 트윈스)의 도박 시인 등 선수들의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겹쳤다. 다행히 팬들의 성원이 변함없다고는 하지만, 한국 야구가 벼랑 끝에 몰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달하자 한국 야구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야구회관에서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오는 9월 펼쳐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시즌 후 진행되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약 두 시간 넘는 회의가 진행된 끝에 단순하게 해당 두 대회의 대표팀에만 관련한 사항이 아닌,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 방안이 공개됐다. 그 중 첫 번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조계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어떤 기준으로 (대표팀 선수 선발을)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면서 “먼저 1차적으로는 음주, 폭력, 성범죄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선수들은)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원칙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절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내야수 배지환의 발탁에 대한 질문을 들은 조 위원장은 “대표팀 구성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출 수 없다. 결격 사유가 있는 선수는 대표팀에 제외시키기로 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수 선발을 할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배지환은 과거 여자친구 폭행 논란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면서 조계현 위원장은 대표팀 세대교체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은 만 25세 이하 (선수들) 구성이 원칙으로 돼 있다. 아무래도 25세 이하 선수들 경우에는 1군에서 활약한 경험들이 적다보니 누적 데이터가 많지 않다. 그래서 (발탁 선수) 범위를 크게 잡았다”며 “경험적인 부분에서 기존에 있던 대표팀에 비해 전력적으로 경험치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표팀 구성을 할 때 아시안게임만 보고 대표팀 구성을 한 것이 아니라 3년 뒤 열리는 WBC까지 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비 엔트리가 생기고 최종 엔트리가 정해지면 그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도 육성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구성하게 됐다. 나이 제한이 있다 보니 선수들 누적 데이터나 활약상도 더 봐야 한다. 3년 뒤 WBC까지 갈 수 있는 선을 정해 놓고 회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했듯이 아시안게임은 연령대 제한이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선수들도 태극 마크를 달 기회가 있다.
조 위원장은 “아마추어 선수 참가도 논의를 했다. 1명이 될지 2명이 될지, 아니면 아예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예비 후보를 어느 정도 정리를 했다.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아시안게임은 아마추어 대회니까 아마추어와도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한 연령에 제한 없이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있는 3장의 와일드카드에 대해서도 논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현 위원장은 “(와일드 카드에 대해 회의에서) 투수 쪽도 나왔고 포수, 야수 쪽도 나왔다. 세 장이니 충분히 검토를 해서 필요한 포지션에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날은 일단) 논의만 된 상태다. 범위가 넓다보니 심사숙고 할 것이다. (류중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님을 비롯해 위원회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나왔는데,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조 위원장은 “앞으로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공정과 투명을 원칙으로 삼아 구성될 것이다. 과거 아시안게임은 군 면제를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는데 면제가 목적이 아닌 국가대표 선수로서 의무감, 나라를 위하는 마음가짐 등을 원칙으로 삼아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논란 없는 선수 선발과 대표팀 세대교체라는 대책을 꺼낸 한국 야구. 과연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부진과 선수들의 계속된 일탈로 백척간두에 몰린 한국 야구가 이 방책들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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