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두산 베어스 포스트시즌은 베어스 프랜차이즈 유격수 김재호의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린 시간이었다. 특히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보고도 믿기지 않는 외야를 넓나든 수비 범위와 부드러운 핸들링, 그리고 ‘시즈 모드’ 송구는 유격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특급 레벨의 수비였다.
다만, 그 장면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 김재호의 움직임도 무뎌졌다. 얼마 전 김재호는 LG와 맞대결에서 시즌 첫 선발 출전해 연이은 수비 실수를 범해 팀 패배의 큰 원흉이 됐다. 2013년 김재호과 2023년 김재호를 모두 본 두산 팬들이라면 세월의 무게감을 안타까운 감정으로 느꼈을 것이다.
더는 김재호에게 남은 시즌 그 장면을 만회할 기회가 찾아올지도 불투명해진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재호는 혹여나 자신에게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차분히 기다렸다. 4월 1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9회 초가 바로 그 기회였다.
김재호는 0대 0으로 맞선 9회 초 2사 만루 기회에서 상대 마무리 투수 김범수와 상대했다. 점수가 간절히 필요한 상황에서 김재호는 김범수의 6구째 135km/h 슬라이더를 공략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베테랑다운 변화구 노림수가 완벽히 통한 장면이었다. 김재호의 결승타 덕분에 두산은 한화를 2대 0으로 꺾고 2연승에 성공했다.
김재호는 최근 2시즌 동안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2021시즌 89경기 출전 타율 0.209에 그친 김재호는 2022시즌에도 102경기 출전 타율 0.215로 완연한 하락세를 보여줬다. 과거 수비 도중 다쳤던 어깨에 고질적인 통증과 함께 허리 통증까지 겹쳤던 김재호는 타격과 수비에 모두 악영향을 받았다.
김재호는 2021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25억 원의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이제 2023시즌은 이번 FA 계약 마지막 해다. 현역 은퇴를 염두에 두는 시간이 찾아온 가운데 김재호는 후배들과 1군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성장을 돕는 도우미 역할까지 맡고 있다. 자신의 뒤를 이을 유격수 후계자가 나오는 걸 도우면서 마지막으로 우승 반지에 도전할 순간을 원하고 있다.
김재호는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따지면 제1의 야구 인생인데 누구나 오래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거다. 나도 그렇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비난과 비판을 받고 야유까지 받았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엔 야유가 아닌 환호를 받는 그림 속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 장면을 위해서 지금 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두산 팬들에게 환호 받는 시즌을 한 번 더 만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김재호는 당연히 두산 팬들에게 야유보다 환호를 받아야 할 선수다. 두산 구단 역사상 최고 프랜차이즈 유격수는 현재 김재호 혼자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프로 입단 뒤 두산에서 20년 차 시즌을 보내는 김재호는 개인 통산 WAR 22.36/ 1,651경기 출전/ 1,129안타/ 50홈런으로 그 어떤 두산 출신 역대 프랜차이즈 유격수도 따라오기 힘든 기록을 작성했다. 두산 팬들의 바람처럼 김재호는 낡지 말아야 할 품격이 있는 선수다.
2015년 V4, 2016년 V5, 2019년 V6. 두산 팬들의 우승 숙원을 풀어준 그 환희의 순간엔 항상 김재호의 활약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우승 반지를 끼고 두산 팬들의 환호 속에 떠나는 그 순간이 김재호에게 어울리는 두산의 마지막 페이지다. 과연 2023년이 그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홀가분하게 책장을 닫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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