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활약이 단 한 번의 대형 실책에 잊힐 뻔했다. 그래도 좋다. 박지훈은 너무도 든든했다.
안양 KGC는 17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과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6-72로 승리,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변준형과 오세근의 맹활약으로 맹렬히 추격한 캐롯을 제친 KGC. 그러나 박지훈의 헌신 역시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그가 있기에 KGC는 승리할 수 있었다.
박지훈은 26분 58초 출전, 5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올 시즌 최고의 식스맨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직접 득점한 건 많지 않지만 지친 캐롯의 허점을 완벽히 공략하며 마치 날다람쥐같이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공격 리바운드 4개 중 무려 3개가 득점으로 이어지며 최고의 효율을 뽐냈다.
여기에 캐롯의 패스 길을 차단, 역습 기회를 만들어낸 스틸도 빛났다. 이미 남은 체력이 없는 캐롯 입장에선 박지훈의 스틸은 치명타였다.
물론 이러한 모든 활약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장면이 있었다. 74-70으로 앞선 경기 종료 약 1분 30초 전 디드릭 로슨의 실책 이후 볼을 소유한 박지훈이 캐롯의 골밑으로 돌진한 것이다. 하프 코트를 넘어가기 전 변준형이 천천히 가자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나 박지훈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실책, 캐롯에 역습 기회를 제공했다.
박지훈의 대형 실책은 로슨의 자유투로 이어졌다. 그도 자신의 실수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다. 실책 이후 벤치에 본인의 잘못임을 알리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히 로슨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KGC가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역할을 다하고도 마지막 순간 역적이 될 뻔했던 박지훈이다. 해피 엔딩으로 끝난 뒤 간신히 미소를 되찾았다.
마지막 실책을 잊고 경기를 돌아보자. 박지훈은 다소 어지러웠던 이 경기에서 결국 분위기 반전에 큰 역할을 한 선수였다. KGC에 필요했던 활동량, 그리고 허슬 플레이를 몸소 해낸 주인공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지난 2021-22시즌 프로 데뷔 후 첫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박지훈. 처음이었기에 모든 게 부족했던 그때의 그는 지금 없다. 이제는 변준형의 뒤를 든든히 받쳐줄 수 있는 최고의 식스맨이 됐다. 득점력만 살아난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벤치 에이스는 없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