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역시 문제는 안토니오 콘테 전 토트넘 감독의 전술이었다. 오랜만에 골 사냥에 집중한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8호 골을 터뜨리며 득점포의 파괴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손흥민은 15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EPL 31라운드 본머스와 홈 경기에서 전반 14분 선제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앞서 30라운드 브라이턴과 경기에서도 득점하며 개인 통산 EPL 100호 골을 넣은 바 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리그뿐 아니라 전체 공식전 일정표를 놓고 봐도 손흥민이 2경기 연속으로 득점한 것은 처음이다.
전반기 잠잠했던 손흥민의 득점포가 후반기 들어 뜨거워지더니 4위권 싸움이 치열해지는 중요한 때에 골 연사를 시작한 모양새다.
손흥민은 전반기 3골에 그쳤다. 레스터 시티와 8라운드 딱 한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이후 긴 골 침묵에 빠졌다.
22골을 넣고 공동 득점왕에 오른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초반 손흥민의 움직임은 다소 둔해 보였다.
지난해 11월 1일 마르세유(프랑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 한국의 16강 진출에 앞장서느라 손흥민에게는 좀처럼 회복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이번 시즌 콘테 감독이 펼친 전술에서 손흥민의 재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흥민의 장기는 위험지역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날리는 슈팅이다.
그런데 올 시즌 중반까지 손흥민은 지나치게 수비 가담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때로는 중앙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외려 콘테 감독이 새로 영입한 왼쪽 윙백 이번 페리시치가 손흥민보다 앞에서 공격수에 가까운 동선을 따라 움직이곤 했다.
긍정적 변화는 성적 부진으로 콘테 감독이 경질되고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대행이 실권을 잡고서야 서서히 이뤄졌다.
점차 공격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던 손흥민은 브라이턴전에서 페리시치의 도움을 받아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의 득점포가 뜨거워지자 스텔리니 감독 대행은 본머스전을 앞두고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경기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격축구를 해야 한다”면서 “선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브라이턴을 상대로 손흥민이 보여준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머스전에서 손흥민은 평소처럼 왼쪽 공격수로 배치됐다. 그러나 콘테 체제에서와는 크게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사실상 케인과 투톱처럼 뛰었다.
초반부터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이던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 페리시치가 왼쪽을 돌파하고서 넘긴 컷백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출렁였다.
그러고는 그간의 부담을 완전히 털어버린 듯 환하게 웃으며 ‘찰칵’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과 합이 안 맞는 모습만 보이던 페리시치는 갑자기 2경기 연속으로 손흥민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도우미’로 거듭났다.
결국 손흥민에게 그가 원래 잘하던 업무를 계속 믿고 맡기는 게 정답이었던 셈이다.
손흥민의 전방 복귀로 공격력 저하 문제를 해결한 토트넘은, 이날 수비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려 결국 2-3으로 역전패했다.
토트넘이 수비까지 안정화하고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을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토트넘은 현재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승점 3 뒤진 5위(승점 53)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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