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인기로 바둑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젊은 세대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침체기를 겪던 바둑계가 ‘더 글로리’의 흥행 덕에 미소 짓고 있다. 더 글로리를 관람한 2030 세대들과 여성들이 바둑에 관심을 갖고 직접 경험하기 위해 바둑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지난달 10일 파트2가 공개된 뒤 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7일 온라인 콘테스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TV 시리즈 부문에서 5위에 올라있다. 한국에서 제작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순위다.
더 글로리의 흥행으로 바둑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과거 미생, 응답하라 1994처럼 바둑이 드라마나 영화 등의 소재로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중들의 큰 이목을 사로잡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MZ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기는 지난 2015년 알파고 열풍과도 다르다. 당시에는 인공지능(AI)이라는 특성상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바둑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직접 즐기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인공이 극중에서 바둑을 통해 복수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흥미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넷플리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 출연한 송혜교.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실제 더 글로리 방영 이후 한국 아마추어 여자바둑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여성바둑연맹에 약 2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이광순 한국바둑여성연맹 회장은 “연맹에서 일한지 20년이 됐는데,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30~40대 여성들이 연맹에 가입하는 등 바둑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바둑을 즐기려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 아마추어들을 위한 대회 창설도 계속해서 추진 중이다.
또한 대학교 바둑 동호회의 회원 수도 급격하게 늘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더 글로리 방영 후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전국의 20개 대학의 바둑 동호회 회원수가 339명 증가했다.
바둑을 취미로 하는 2030세대들의 모임인 ‘바꿈’도 꾸준히 회원수가 늘고 있다. 기원 관계자는 “‘바꿈’은 가입비를 지불하고 가입하는 소모임이다.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가입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하지만 더 글로리 이후 바둑을 시작하려는 초보자 등을 포함해 회원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둑의 인기에 기원을 비롯한 바둑계는 기뻐하면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8년 전 알파고의 등장 때 바둑의 꾸준한 인기를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열기가 빨리 식었기 때문이다.
바둑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기회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바둑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젊은 세대, 여성들이 이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이벤트 등이 필요하다”면서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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