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복용해 도쿄올림픽 출전권 잃고, 유진 세계선수권 출전 실패한 뒤 반등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셔캐리 리처드슨(23·미국)이 등 뒤에서 분 초속 4.1m의 바람을 타고 10초57로 미라마 인비테이션 여자 100m에서 우승했다.
리처드슨은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미라마에서 열린 대회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57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10초84에 달린 트와니샤 테리(24·미국)였다.
육상 100m에서는 바람이 초속 2.0m를 초과해서 불면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지독한 부진을 겪은 리처드슨에게는 무척 의미 있는 기록이다.
이날 리처드슨은 결승선을 통과하기도 전에 우승을 직감하며 두 팔을 들고 환호했다.
10초57은 비공인 기록과 공인 기록을 모두 합해 역대 4위 기록이다.
고인이 된 플로런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10초49의 공인 세계 기록을 작성했고, 10초54(초속 3.0m)의 비공인 기록도 만들었다.
일레인 톰프슨(자메이카)은 10초54의 공인 세계 2위 기록을 보유했다.
리처드슨은 비공인 기록이긴 하지만, 그리피스 조이너와 톰프슨에 이어 세 번째로 10초6의 벽을 넘어본 스프린터가 됐다.
올림픽 닷컴은 “이날 리처드슨의 속력을 계산하면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상태’에서는 10초77에 달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육상계는 리처드슨을 ‘제2의 그리피스 조이너’라고 부른다.
리처드슨은 2021년 4월 11일 미라마 인비테이셔널 여자 100m에서 10초72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레이스마다 머리카락 색과 인조 손톱을 바꾸는 화려한 외양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매력을 발산했다.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오랫동안 밀린 미국 육상은 리처드슨을 보며 여자 100m 세계 기록 보유자 그리피스 조이너를 떠올렸고, 영국 가디언은 ‘우사인 볼트 이후 가장 매력적인 육상 선수’로 리처드슨을 지목하기도 했다.
리처드슨의 기세는 2021년 6월에 꺾였다.
그는 2021년 6월 20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해 상위 3명이 받는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는 듯했다.
하지만 약물 검사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고, 결국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에 선수 자격이 1개월 박탈됐다.
대표 선발전 기록도 취소되면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잃었다.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래 떨어져 산)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그런 선택(마리화나 복용)을 했다”고 고백했다.
리처드슨의 마리화나 복용 문제는 미국 육상계를 넘어 사회적인 토론까지 불렀다.
리처드슨은 지난해에는 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예선 탈락하며 충격을 안겼다.
당시 미국 언론이 리처드슨의 100m 예선 탈락을 ‘속보’로 전할 정도였다.
자신을 향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리처드슨은 다시 재능을 뽐냈다.
리처드슨은 올해 8월 열리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남자 100m에서는 오빌리크 세빌(22·자메이카)이 9초91로, 9초93의 아킴 블레이크(21·자메이카)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남자 100m 결선이 열릴 때도 바람이 초속 2.2m로 불어 이들의 기록은 ‘비공인’으로 남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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