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브룩스 켑카(미국)가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역사를 새로 쓸 기세다.
켑카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천545야드)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천800만 달러) 3라운드에서 2위에 4타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3라운드가 악천후로 중단돼 6개 홀만 마친 상황에서 켑카는 13언더파를 기록, 9언더파로 2위인 욘 람(스페인)을 4타 차로 앞서 있다.
아직 홀이 30개나 남아 우승 향방을 점치기는 이르지만 켑카의 최근 기세는 매섭다.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끝난 LIV 골프 3차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켑카는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메이저 대회를 네 번이나 제패해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은 선수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등에 시달리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 6월 출범한 LIV 시리즈로 이적한 이후 2승을 따내 부활 신호를 쐈다.
켑카가 우승하면 LIV 소속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는다.
LIV 출범 이후 지난해 US오픈과 디오픈이 열렸는데 여기에서는 모두 PGA 투어 소속인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과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우승했다.
스미스는 디오픈 우승 이후 LIV 시리즈로 이적했다.
LIV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마스터스에서 LIV 소속인 켑카가 우승하면 ‘LIV에는 한물간 선수들만 있다’는 PGA 투어의 공격 근거도 힘을 잃는다.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서 진행된 3라운드라 무릎 부상 경력이 있는 켑카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일단 6개 홀에서 1타를 줄이며 선전했다.
켑카는 3라운드 6번 홀까지 마친 뒤 인터뷰에서 “비가 오고, 날도 추워 쉽지 않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퍼트를 꼭 넣으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켑카가 우승하면 마스터스 사상 최초로 세계 랭킹 100위 밖의 선수가 ‘그린 재킷’을 입게 된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한창 우승할 때인 2018년 세계 1위까지 올랐지만, 현재 몸담은 LIV 대회에 세계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지 않아 순위가 118위까지 내려갔다.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낮은 선수는 2009년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의 69위다.
또 메이저 대회 전체로는 2003년 디오픈에서 우승한 벤 커티스(미국)의 396위가 세계 랭킹이 가장 낮은 선수의 우승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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