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LIV 골프에 맨 먼저 합류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싸움에서 선봉에 섰던 필 미컬슨(미국)이 2년 만에 돌아온 마스터스에서 잔뜩 자세를 낮췄다.
미컬슨은 지난해에는 LIV 골프 출범 와중에 PGA투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LIV 골프에 돈을 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인권 탄압을 옹호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지만, 골프계 안팎에서는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오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마스터스가 LIV 골프 선수들에게도 출전을 허용하면서 2년 만에 오거스타에 나타난 미컬슨은 그러나 기세등등한 모습은 사라졌고, 논란이 될만한 언행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그리고 LIV 골프에서 뛰고 있는 캐머런 스미스(호주) 등 주요 선수들은 미디어 빌딩 인터뷰실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했지만, 미컬슨은 빠졌다.
우즈가 출전 결심을 밝힌 기자회견을 한 5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앞 약식 회견장에서 골프 채널과 만난 미컬슨은 모든 질문에 짧고 겸손한 태도로 답했다.
2년 만에 돌아오니 달라진 게 있냐고 묻자 “아니다. 오거스타의 모든 사람은 하나같이 수준이 높다”면서 “오거스타에 오니 즐겁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낯을 붉히며 싸웠던 PGA투어 선수들과 만남이 어색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오랫동안 친구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짜 그렇다”고 갈등을 부정했다.
LIV 골프 선수가 우승하면 나머지 LIV 골프 선수 전원이 18번 홀 그린에 모여 함께 우승을 축하하겠다는 LIV 골프 대표 그레그 노먼(호주)의 공약에 대해서도 미컬슨은 “모르겠다.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우승자가 주관하는 역대 챔피언 만찬에서 늘 옆좌석에 앉았던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자신을 ‘또라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미컬슨은 “커플스와는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고, 골프 경기에서 그와 굉장한 경험을 공유했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멋진 경험을 나눌 기회가 더 생기길 바란다”고 더는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잘랐다.
미컬슨은 대회 하루 전날 열리는 파3 콘테스트에도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샷을 좀 더 날카롭게 가다듬는 데 시간을 쓰겠다”고 말했다.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미컬슨은 “그러나 현실도 외면하지 않는다. 그동안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래도 좋아진 게 많다. 참으면서 전환점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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