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탑 독이다. 그런데 탑 독이 아니기도 하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고양 캐롯과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4위에 오르며 이번 시리즈에서 탑 독이다. 그러나 캐롯과의 상성이 좋지 않다. 정규리그 6번의 맞대결에서 1승 5패, 절대적으로 열세다.
사실 현대모비스는 ‘코트 위의 여우’ 김승기 캐롯 감독에게 약했다. 특히 ‘명장’ 유재학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에도 단기전에선 항상 무릎을 꿇었다.
2016-17시즌 4강 플레이오프부터 2017-18시즌 6강, 그리고 2020-21시즌 4강까지 3차례 맞대결을 치렀으나 모두 김 감독이 승리했다. 단기전에서 악마가 되는 그에게 현대모비스는 매번 무너지고 말았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 입장에선 단기전 경험이 많은 김 감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 감독이 되고 나서 첫 봄 농구다. 2015-16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3시즌 동안 부산 kt(현 수원 kt)를 이끈 경험이 있지만 모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다.
조 감독은 “김승기 감독님은 단기전 경험이 풍부한 분이다. 배우는 입장이지만 도전하겠다. 6라운드의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현대모비스는 사실 포지션 밸런스로만 보면 캐롯에 밀릴 팀이 아니다. 시즌 막판 들어 최진수와 신민석이 살아나면서 함지훈-장재석으로 이어지는 빅맨 라인에 다양한 스타일을 더할 수 있게 됐다. 이우석까지 돌아오면서 신인왕 RJ 아바리엔토스, 그리고 서명진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 감독은 “6라운드 초반 부상자가 많아지면서 조금 걱정은 했다. (최)진수는 오프 시즌 동안 훈련을 한 번도 못한 상태였다”며 “그래도 스페이싱 게임에 잘 적응하면서 팀 분위기도 더 좋아질 수 있었다. 사실 4위로 마감한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6라운드 경기력만 보면 충분히 봄 농구를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캐롯에 대한 경계심은 풀지 않은 조 감독이다. 그는 “캐롯은 정말 만만하지 않은 팀이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전성현, 이정현, 디드릭 로슨이라는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또 궂은일만 전담하는 선수들도 있다. 너무 까다롭다. 외곽 성향이 짙은 팀 컬러라 정면 승부도 안 된다. 매치업을 만들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캐롯은 전성현이 울산 원정에 나서지 못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전성현은 고양에서 시작하는 3차전부터 출전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 감독의 계산도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전성현이 나오지 못한다면 김영현을 이정현에게 붙일 생각이다. 처음에는 그렇다.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조 감독과 현대모비스는 김 감독과의 천적 관계를 끊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이지만 안양 KGC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다투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총력전이 될 울산에서의 1차전. 단 한 경기일 뿐이지만 많은 것을 의미한 하루가 될 것이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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