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천안에서 현대캐피탈-한국전력 PO 1차전 맞대결
9일 오른쪽 발목 다친 전광인, PO 출장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남자배구 한국전력 간판 토종 공격수 서재덕(34)과 현대캐피탈 날개 공격수 전광인(32)의 우정은 ‘전생에 부부였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구판에서 유명하다.
성균관대 2년 선후배 사이인 둘은 한국전력에서 2018년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친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냈고, 전광인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뒤에도 우정을 이어간다.
이번 시즌도 각자 소속팀의 대들보 선수로 맹활약하던 둘은 지난 9일 V리그 6라운드 맞대결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전광인이 블로킹을 하기 위해 점프했다가 착지하는 과정에서 서재덕의 발을 밟고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친 것이다.
자책감에 눈물까지 보였던 서재덕은 운명의 장난처럼 팀을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고 천안으로 향한다.
22일 우리카드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세트 점수 3-1로 승리한 한국전력은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을 치른다.
이번 PO는 부상으로 전열에서 빠진 ‘전광인 시리즈’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도전자 한국전력은 전광인이 빠진 자리를 파고들어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따내는 게 목표고,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의 날카로운 공세를 막아 전광인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한국전력은 2022-2023시즌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뽐냈다.
6번의 맞대결에서 4승 2패로 우위를 점했고, 특히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3경기에서 모두 승리(3-1, 3-1, 3-0)해 승점 9를 챙겨 준PO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현대캐피탈 주포 전광인이 건재할 때도 우위를 점했던 한국전력은 전광인마저 빠져 한층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전망이다.
전광인을 다치게 한 서재덕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 천안으로 내려간다.
서재덕은 22일 우리카드전이 끝난 뒤 “아직도 많이 광인이에게 아쉽고 미안하다”며 전광인과 있었던 뒷이야기를 전했다.
다친 전광인이 오히려 서재덕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서재덕은 “‘남자가 쪼잔하게 운다’며 광인이가 먼저 전화해서 풀어주더라”면서 “광인이와 같이 경기하는 게 재미있다. 서로 맞붙으면 엄청나게 의식한다”고 이번에는 무산된 맞대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은 잠시 우정을 접어두고 코트에서 모든 걸 쏟아내야 할 때다.
서재덕은 우리카드전에서 공수 모두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며 13득점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아직 프로에 데뷔한 뒤 챔피언결정전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서재덕은 “이번에도 놓치면 진짜 늦을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진짜 목표”라며 “(전광인과 뛰지 못해) 아쉽긴 한데 이긴다는 목표 하나로 천안에 가겠다”고 했다.
목표는 외국인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공격 성공률 50%’다.
서재덕은 “시즌 때 내 공격 성공률이 50%만 넘어도 최소 3-1로 경기를 끝냈다. 일단 챔프전 코트를 밟아보는 게 꿈”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반대로 현대캐피탈은 전광인 공백을 채우는 게 급선무다.
내심 정규시즌 상대 전적 5승 1패를 거둔 우리카드가 올라오길 바랐던 현대캐피탈은 2승 4패로 밀린 한국전력을 상대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업셋(스포츠 경기에서 하위 시드 팀이 상위 시드 팀을 꺾은 것)에 성공하고 PO에 올라온 터라 분위기까지 상승세다.
전광인이 지난 10일 정밀 검진에서 3∼4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사실상 플레이오프 출전은 어렵다.
전광인은 뛸 수 있다고 투지를 보이지만, 구단과 최태웅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나 진출해야 출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만류한다.
현대캐피탈의 각오는 “이판사판”이다.
길었던 리빌딩을 마치고 4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최 감독은 지난 20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주포 전광인이 부상으로 이탈해 이판사판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전광인의 공백을 아웃사이드 히터 김선호(24)나 홍동선(22)이 채워주고, 아포짓 스파이커 허수봉(25)이 공격에서 더 분발해주길 기대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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