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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챔프전’ 한 사람의 합류로 모두 ‘해결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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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복귀 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어요”

리그 1위 흥국생명(누적승점 82점)은 10일 간의 휴식기를 얻었다. 오는 29일부터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고 꾸준히 전력점검에 들어갈 예정이다.

흥국생명의 1위 역사는 극적이다. 지난 시즌은 전력수급이 부족했던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한다면 6개 구단 중 (총 7개 구단) 6위, 사실상 꼴찌에 머물렀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인해 팀에서 방출되었다. 여기에 페퍼저축은행으로 건너간 이한비, 중국 리그로 간 김연경과 더불어 전력이 대거 이탈하며 리빌딩이 불가피하게 됐다.

리베로 김해란이 복귀했지만 지난 해 전망은 좋지 못했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팀을 채워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끌고 나갔다. 고교생들로 이루어진 페퍼저축은행과 혈전을 벌일 정도로 진땀을 뺐고 리시브와 날개 공격력에서도 막막한 화력을 선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겹쳐 시즌이 조기종료됐다. 

반등이 필요했지만 해결사가 없었던 암흑기가 지나갔다. 평균 약 500여명 관중에 불과한, 텅 비었던 삼산체육관을 메울 방법도 필요했다.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은 지난 여름 천군만마를 얻었다. 중국리그를 마치고 돌아온 김연경이 1년만에 다시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복귀소식을 알렸다.

김연경은 애초 정규시즌부터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선수들이 코로나에 확진되며 순천에서 열린 컵대회부터 복귀전을 치렀다. 이 때부터 시청률 상승과 더불어 구름관중의 시즌이 시작됐다. 

시즌 시작 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대부분의 감독이 ‘김연경 효과’를 경계했다. 시즌 초 1강으로 꼽혔던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대부분 선수를 영입하면 장점이 한두가지 정도 있는데, 김연경은 수비, 리시브, 공격, 블로킹 등 장점이 네 가지나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본인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말했다. 비시즌 열린 팬미팅을 통해 그는 “(복귀 후)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겨서 20승 이상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승과 1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김연경은 당시 공식석상 인터뷰 등을 통해 “지난 시즌 팀이 6위였는데 아주 큰 순위 상승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합류만으로도 팀은 남다르게 단단해졌다. 비시즌 연습게임부터 팀은 김연경의 코트 안 지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박수를 치며 팀원들의 방향을 지시하고 큰 목소리로 “(상대에게) 쫄지마!”라며 큰 리액션으로 사기를 돋우는 등 후배 선수들의 등 뒤를 떠받쳤다. 

흥국생명 김연경-이주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이주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이원정ⓒ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이원정ⓒ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쫄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기자 팀은 훨씬 강한 결속력으로 뭉쳤다. 김다은과 더불어 올 시즌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주아, 올 시즌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외인 용병들 중 진짜 ‘행복배구’를 펼친 옐레나까지 모두가 성장세를 보였다.

시즌 중반 영입된 세터 이원정은 팀의 복덩이로 불린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김연경에 이어 가장 큰 환호를 받는 선수가 됐다. ‘수련선수 성공기’를 그렸던 김다솔은 토스에 기복이 다소 있었지만 마지막 날 훌륭한 운영으로 본인의 잠재력을 선보이며 정규시즌의 문을 멋지게 닫았다. 

김연경이 아주 잠깐 기복을 보여도 옐레나가 묵묵히 나서서 자신의 몫을 해냈다. 옐레나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내가 해야할 몫을 했을 뿐”이라며 기둥다운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나희가 자리를 찾아오며 한층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물론 큰 고비도 있었다. 지난 1월 권순찬 전 감독 경질 및 구단 월권 사태가 일어났다. 김연경, 김해란을 비롯한 베테랑이 주축이 되어 어려운 순간을 딛고 버텼다. 이후 비어있는 감독 자리에 이탈리아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들어오며 퍼즐이 완성됐다.

꼴찌를 다퉜던 흥국생명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딛고 챔피언결정전에 가장 먼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미연은 지난 20일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를 통해 “그런 일들이 나도 처음이고 언니들도 처음이었지만, 이겨낸다기보단 내 앞의 일을 풀어나간다는 마음을 가졌다”며 “팀 분위기가 어려웠지만 게임을 이기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이 날 미디어데이에서도 자리에 없었던 ‘김연경 공략법’이 주요 핫이슈가 됐다. 

지난 시즌 6위, 그리고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은 7일 뒤 최후의 적수를 맞이한다. ‘황제’가 이끌고 ‘해결사’들이 다져놓은 팀워크를 다시 한번 선보일 예정이다.  

MHN스포츠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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