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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의 타구가 뜨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4번 타자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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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롯데 수석 겸 타격 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동희에게 숙제를 하나 내줬다.

“널 4번 타자로 박아 놓고 라인업을 짜겠다. 반드시 30개 이상의 홈런을 쳐야 한다.”

그냥 숙제만 내준 것이 아니다. 해법도 함께 제시했다. 홈런 증가의 핵심은 타구 발사 각도에 있었다. 발사각도를 높여 장타 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한동희가 조금씩 4번 타자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한동희가 조금씩 4번 타자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박 수석은 “한동희의 평균 발사각도가 10도에서 20도 사이에 대부분 형성되고 있다. 외야 펜스가 넓고 높은 사직 구장에서 홈런을 많이 치기 어려운 각도다. 잘 맞은 타구가 라인 드라이브로 펜스를 때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다리가 느리기 때문에 라이너성 타구로는 2루까지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좋은 파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동희는 거포 이미지와는 달리 시즌 최다 홈런이 2020시즌과 2021시즌에 기록한 17개다. 잔 부상으로 경기 출장에 제한이 있었다고 해도 큰 변화 없이 갑자기 30홈런 타자가 될 수는 없다.

박 수석은 그런 한동희에게 타구 발사각도를 높이라는 주문을 했다.

박 수석은 “한동희의 타구는 정타로 맞는 것이 너무 많았다. 발사각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발사 각도가 30도에서 40도 사이에는 형성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타구에 회전을 줘야 한다. 지금처럼 정타로 맞히기보다 공의 밑둥으로 스윙 궤도를 형성하며 스핀을 많이 줘야 한다. 지금은 타구의 회전수가 너무 낮다. 타격 메커니즘을 바꿔 회전수를 늘리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동희의 타구 평균 회전수는 약 3000rpm. 최소 3500rpm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투수의 공을 정면으로 받아치다 보니 홈런이 될 공이 라이너성으로 날아가 펜스를 맞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발이 빠르지 않은 한동희는 홈런성 타구를 치고도 2루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제 한동희의 지난 시즌 평균 발사 각도는 3.7도에 불과했다.

땅볼 아웃/뜬공 아웃 비율도 1.51로 땅볼 아웃이 훨씬 많았다. 타구를 띄워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수석은 한동희와 겨울 내내 씨름을 했다. 타구의 밑둥으로 배트를 밀어 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거듭된 반복 훈련으로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다. 자칫 장점까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범 경기. 한동희는 조금씩 타구를 띄워 내고 있다.

13일 두산과 시범 경기 개막전서 홈런을 치더니 21일 삼성전서는 만루포까지 쏘아 올렸다.

박 수석은 “아직 트랙맨 데이터가 쌓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보기에도 일단 타구들이 점차 떠 가는 것이 느껴진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한동희가 정말 열심히 새 메커니즘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씩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일단 확실히 공은 점점 떠 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대호 은퇴로 중심 타선에 큰 공백이 생겼다. 한동희가 4번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구멍을 최대한 막을 수 있게 된다. 한동희에게 주어진 임무가 절대 만만치 않다.

한동희의 타구가 점점 떠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한동희는 그렇게 조금씩 4번 타자가 되어 가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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