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백업이 아닌 국가대표팀 주전이다. 역대 통산 타율 3위에 올라 있는 박건우가 한층 더 도약한 한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박건우는 KBO리그 집계 기준(3000타석 이상 소화) 역대 타율 3위(0.327)에 올라 있는 정교한 타자다. 2017년 추신수의 대체 선수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첫 성인 국가대표팀 선수로 발탁된 이후 2019 프리미어 12, 2020도쿄올림픽 등에 승선했지만 모두 주축이 아닌 백업으로의 역할을 맡았다.
2023 WBC 전까지 박건우의 대표팀 통산 성적은 타율 0.231/2득점/1타점에 그쳤다. 특히 지난 2017 WBC는 대주자 등으로만 기용되면서 단 1경기밖에 나서지 못하면서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2번째 WBC에서의 출발도 비슷했다. 박건우는 대표팀 합류 이전 치러진 SSG 랜더스 퓨처스팀과의 평가전에서 2루타 2방과 홈런포를 때려내는 등 전지훈련 기간 연습경기마다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하지만 김현수-이정후-나성범으로 이어지는 골든글러브 외야 라인업에 밀려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박건우는 대회 전 진행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한신 타이거즈와의 공식 평가전에서 이틀 연속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내내 뜨거운 감을 보여준 끝에 결국 대표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본선 1라운드에서도 박건우의 활약은 돋보였다. 1경기 호주전에서는 팀의 노히트를 깨는 첫 안타를 때렸고, 2경기 일본전에선 타선이 이마나가 쇼타에 꽁꽁 틀어막히고 있던 6회 4-6으로 추격하는 솔로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대회 4경기 타율 0.375(16타수 6안타)/2홈런/6타점/OPS 1.225의 맹활약을 통해 완벽한 주전으로 거듭난 박건우다.
하지만 박건우에겐 아쉬움이 너무나 큰 대회로 남았다. 중국전 종료 이후 만난 박건우는 “많이 응원해 주셨고 많은 분들이 멀리 찾아와 주셨는데 너무나 아쉽다. 좋은 감각이었기에 더 높은 곳까지 가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끝난 것 같아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건우 개인은 성장했던 대회다. 박건우는 “경기를 뛸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큰 대회에 나와서 안타도 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또 이렇게 자리를 잡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게 좋으면 뭐하나 팀이 이렇게 아쉽게 끝났는데”라며 어두운 표정으로 비통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만큼 일본을 비롯한 다른 팀과의 실력의 격차를 느꼈다. 박건우는 “다른 팀들이 정말 강하더라.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많이 느꼈을 것 같고, 나 역시 그렇다”면서 “우리의 부족함을 알고 보완해서 다음에는 어떤 선수들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나친 긴장에 따른 부진에 대해서 박건우는 “부담은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서 그건 솔직히 핑계로만 보인다. 부담 때문에 못했다는 말은 선수로선 아쉽다”면서 단호하게 선을 그은 이후 “그냥 더 잘할 수 있다는 건 느꼈다. 이번 계기로 WBC나 큰 대회에 나오는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박건우의 올해 나이는 만 32세. 아직 한창 전성기다. 국대 주전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 박건우가 올해 보여줄 활약에 더 기대감이 드는 이유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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