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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이 본 문제점 “지도자들이 왜 공 스피드만 이야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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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맨 왼쪽) 대표팀 감독이 지난 13일 중국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투수 원태인 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강철(맨 왼쪽) 대표팀 감독이 지난 13일 중국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투수 원태인 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2013년과 2017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으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2006년과 2009년 WBC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4강과 준우승의 쾌거를 이뤄낸 ‘국민감독’ 김인식(76) 전 감독으로부터 한국 야구의 문제점과 원인, 대책 등에 대해 들었다. /스포츠국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투수력이다.

류현진(35·토론토)과 김광현(34·SSG), 양현종(34·KIA) 등이 프로에 데뷔한 것이 어느덧 16~17년 전이다. 그 이후로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강력한 선발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가령 고교나 대학 투수에 대해 지도자들에게 “실력이 어떤가”라고 묻는다 치자. 그렇다면 대답은 대부분 “구속이 시속 152㎞ 정도 나옵니다”이다.

공 스피드를 물어본 게 아니다. “그 투수는 제구력이 좋고, 번트 수비나 견제, 게임 운영도 잘 합니다.” 이런 답을 원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볼 스피드까지 붙는다면 더 좋아질 겁니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공만 빠르면 뭣하는가. 이번 우리 대표팀에도 시속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많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으니 상대 타자들이 치질 않는다.

지도와 훈련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제구력을 키우려면 훈련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연습 과정부터 지금보다 몇 배나 공을 더 많이 던져야 집중력이 생기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투구를 할 수 있다.

또 투수는 하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러닝을 많이 해야 한다. 필자가 프로 감독 시절 가을에 팀 마무리 훈련을 위해 일본에 가보면 프로와 아마를 가리지 않고 투수들이 높은 계단이나 언덕,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일본 투수들이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도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이유다.

지난 10일 일본에 패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지난 10일 일본에 패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도 대형 투수 고갈에 한 몫을 한다고 본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국내의 웬만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한 번쯤은 찔러보게 마련이다.

“조금 더 성장하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성공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 오랜 시간 고생하고 별 성과 없이 돌아온 유망주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는가. 이럴 때 현장 지도자들이 냉정한 진단을 통해 선수와 학부형을 잘 설득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보내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리 KBO리그에서는 각 팀이 매 시즌을 시작하면서 대개 1~2선발을 외국인 투수에게 맡기고, 3~5번은 국내 선수들로 꾸린다. 그런데 4월 개막 후 한 달 남짓 지난 5월 중순만 돼도 국내 선발진에 문제가 생기는 팀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많은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는 팀을 찾기 어렵다. 이렇듯 허약한 투수력이 이번 WBC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김인식 전 야구 대표팀 감독

<2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인식 전 감독.
김인식 전 감독.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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