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놈쓸’ 마운드 운용이 가져온 ‘도쿄 대참사’ 컨디션 문제? 변명일 뿐 [WBC 결산]
흔히 ‘쓸놈쓸’이라는 표현이 있다. 쓴 사람을 또 쓴다는 뜻으로 WBC에서 보여준 한국 야구대표팀의 마운드 운용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중국과의 최종전을 끝으로 ‘도쿄 대참사’의 막을 내렸다.
4강 진출을 목표로 자신만만하게 도쿄로 향한 한국. 그러나 2승 2패, 1라운드 ‘광탈’이라는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2006, 2009 WBC에서의 성공을 뒤로 한 채 3회 연속 1라운드 ‘광탈’이라는 치욕을 맛봤다. 10년 가까이 국제대회에선 얻어맞기만 한 한국야구는 이번에도 자화자찬, 우물 안 개구리, 그들만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
이번 WBC를 냉정히 바라보면 투타 모두 혹평받아 마땅했다. 그나마 타선은 메이저리거 테이블 세터진의 극심한 부진에도 KBO리그 타자들이 어느 정도 제 몫을 해내며 체면은 살렸다. 특히 1라운드 ‘광탈’ 확정으로 남은 경기에 부담이 없었던 중국전에는 무려 22점을 쏟아내기도 했다. 홈런도 적지 않게 나왔다. 작전야구나 베이스 러닝 등 과거 한국의 강점이었던 세밀함은 찾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운드에 비해선 괜찮았다.
마운드 운용은 역대 최악이었다. 어쩌면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끔찍한 과정과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쓸놈쓸’ 마운드 운용이 대회 자체를 망쳤다. 선수 구성부터 물음표가 가득했다. 전문 불펜 투수는 몇 없었다. 선발 투수만 가득했다. 이처럼 기형적인 구조의 마운드에서 결국 타이트한 상황을 제대로 풀어낸 투수는커녕 상황 자체를 잘 막아낸 적도 없었다. 그렇게 호주와 일본에 무너졌다.
국내에선 마운드 운용만큼은 최고 수준이라는 이강철 감독 역시 국제대회에선 물음표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정확한 내부 사정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단시간에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 더그아웃을 지킨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결국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부터 문제다.
한국은 이번 WBC 4경기에서 14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그중 제 몫을 해낸 건 박세웅과 이용찬을 꼽을 수 있다. 원태인과 정철원, 김원중 등은 연습경기부터 WBC 본선 경기까지 ‘혹사 논란’이 있을 정도로 때마다 등판했다. 공의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홀드왕’ 정우영은 1경기, ‘세이브왕’ 고우석은 담 증세로 나오지도 못했다. 믿었던 김광현, 양현종은 각각 일본, 호주 타선에 무너졌고 기대를 받았던 구창모와 이의리, 김윤식, 곽빈 등은 제 기량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 모두 국내에선 선발 투수들이다.
결국 스포츠는 결과론이다. 그러나 과정을 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 꼭 투입해야 할 선수들을 그 순간 선택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투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차출한 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 비극의 시작을 만든 이들이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국내 최고의 불펜 투수들은 다 어디 간 것인가. 그들은 왜 필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서지 못했나.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 그리고 단기전에서 결국 선발 투수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불펜 투수라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은 이걸 망각했다.
결국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팀 평균자책점 7.55를 기록했다. 중국전을 2실점으로 끝냈음에도 이런 기록이 나왔다. 최악이다. 일본전을 끝냈을 때는 11.12, A조와 B조 통틀어 압도적인 꼴찌이기도 했다.
반성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최악의 성적을 냈음에도 KBO리그는 여전히 국내 최고 스포츠라는 자리를 지킬 것이다. 몰락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각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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