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위)과 김광현. /사진=뉴스1 |
[도쿄(일본)=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광현종(김광현+양현종)’의 후계자가 사라졌다.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질 에이스가 없다는 게 정말 뼈아팠다.
한국 야구가 또 한 번 참사를 겪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1라운드를 2승 2패, 조 3위로 마치며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2006년(4강)과 2009년(준우승) 대회서 선전했던 대표팀이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한 것이다.
호주와 1차전에서 패한 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세대교체의 무대로 활용하려 했다. 이에 김광현과 양현종 등 베테랑 투수들을 위기 때마다 적재적소에 불펜으로 기용하고자 했다. 대신 원태인과 구창모, 원태인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호주전에서는 고영표가 선발로 출격했다. 그렇지만 4⅓이닝 동안 4피안타(1홈런) 4탈삼진 1볼넷 2사구 2실점(2자책)으로 흔들리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국이 4-2로 앞선 7회가 승부처였다. 당시 소형준이 불펜 투수로 나섰는데, 몸에 맞는 볼과 안타, 희생 번트로 1사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이어 나온 김원중이 스리런포를 얻어맞으면서 승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도 이 지점을 패인으로 꼽았다. 이 감독은 당시 패배 후 “소형준을 택한 이유는 제구가 되고, 아웃을 잡을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최대한 안정적인 투수라 생각해 올렸다. 그런데 거기서 3점을 준 게 흐름을 넘겨준 것 같다”고 짚었다.
호주전 패배로 일본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경기가 돼 버렸다. 결국 한국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 김광현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본을 많이 상대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일본 타자들 역시 김광현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김광현은 3회를 채우지 못한 채 2이닝(59구)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4실점(4자책)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원태인에게 넘겨줬다.
두 경기 모두 선발이 길게 끌어주지 못하면서 한국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단 한 경기를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로 박찬호, 서재응, 김선우, 구대성, 배영수 등이 있었다. 또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이 좌완 트리오로 대표팀 마운드를 지탱했다. 이들 모두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에이스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는 안타깝게도 에이스가 없었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있었지만, 예전의 나이가 아니었다. 김광현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양현종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뛰고 있는 백전노장들이다.
이강철 감독 역시 대회를 마치면서 “예전에는 선발과 중간에서 확실하게 나갈 수 있는 투수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한 선발 투수를 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제가 부족해 그런 부분을 정하지 못해 성적을 못 냈다”며 자책했다. 그러나 이 감독의 선택 이전에 한 경기를 잡을 수 있는 마땅한 에이스가 없는 게 한국 야구의 현실이었다. 진정한 에이스가 그리웠던 2023 WBC 대회였다.
김광현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전에서 3회말 무사 2루 때 일본 대표팀 나카무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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