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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나면 자신 있게”…도쿄 악몽 지우고 싶어 했던 韓 구원왕, WBC 마운드 서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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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 만난다면 자신 있게 승부할 생각이다.”

지난 1월 16일 서울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우석(25)이 남긴 힘 있는 한마디였다.

고우석은 KBO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지난 시즌 61경기에 나서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 1.48을 기록하며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블론세이브는 딱 두 번, LG 프랜차이즈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도 갈아 치웠다. ‘끝판대장’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연소 40세이브 기록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꿨다.

 고우석은 WBC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고우석은 WBC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WBC 대표팀 마무리 투수로 중용될 것으로 보였던 고우석은 WBC 대회를 임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무엇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일본전, 실수를 만회하고자 하는 복수심으로 가득 찼다. 당시 우석은 8회 2-2로 맞선 상황에서 병살로 요리해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나 베이스커버를 한 1루를 밟지 못하는 대형 실수를 범했다. 이후 고우석은 고의사구와 볼넷에 이어 야마다 데쓰토에게 3타점 2루타를 맞으며 무너졌다.

국내에서 순조롭게 몸을 끌어올리고,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도 착실하게 컨디션을 올렸다. 국내에서 회복 훈련을 한 후, 결전지 일본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6일 오릭스와 경기를 하다가 뒷목과 우측 어깨 방향 근육통이 발생한 것. 오릭스전 종료 후 고우석은 “던지면서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라고 말하며 모두의 우려를 샀다.

고우석은 혹시 몰라 WBC 지정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이상 없음 진단을 받았다. 어깨 주변 근육 단순 근육통이고 빠르게 회복 중”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천만다행이었다. 고우석 역시 빠르게 회복할 거란 믿음을 줬다. 모두가 그의 등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예선이 시작됐지만 고우석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고우석의 상태, 마운드에 등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조금 힘들 것 같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문 불펜을 5명 밖에 뽑지 않았다. 그 가운데 소속팀에서 마무리를 보는 투수는 이용찬(NC)과 고우석뿐. 이용찬이 베테랑의 노련미를 앞세워 힘을 냈다면, 고우석은 150 후반대의 빠른 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선수다. 호주와 일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투수.

그러나 한국은 고우석을 쓸 수가 없었다. 고우석은 호주전 난타, 일본전 콜드게임 패배 위기를 불펜이 아닌 더그아웃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를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일본전에서는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이 볼넷, 사구 그리고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자멸했다. 그래서 모두가 힘 있게 포수 미트에 공을 던지는 고우석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한국은 1차전 호주전 7-8 패, 2차전 일본전 4-13 패배를 이겨내지 못했다. 3차전 체코전 7-3 승, 4차전 중국전 22-2 승리를 챙겼으나 일본, 호주에 밀려 조 3위로 대회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보게 됐다.

일본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언젠가는 가고 싶어 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과의 승부도 하지 못했다. 고우석의 첫 WBC 도전기는 이렇게 아쉽게 끝났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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