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체코의 일본전 보다 오히려 한국의 일본 상대 경기력이 떨어졌다. 남은 이들과의 경기에서 2승을 장담하면 안된다.
체코는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본선 라운드 조별리그 경기에서 2-10으로 패했다. 이로써 1차전 중국을 잡은 체코의 전적은 1승 1패가 됐다.
투타 전력의 열세를 노출하며 패했지만 선수단 대부분이 이른바 ‘투잡러’로 전업 야구 선수들이 아니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선전의 결과이기도 했다.
당장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활성화된 야구 리그, KBO리그의 전업선수들과 빅리거 2명이 활약한 한국은 일본 상대 3-14로 콜드게임패를 당할 뻔 했다. 반면에 체코는 이날 무려 164km의 강속구를 뿌린 사사키를 상대로 1회 초 점수를 뽑아내기도 했다.
그것도 2사 후 사사키가 던진 164km의 이날 최고 구속 패스트볼을 마레크 흘루프가 정확하게 때려내 2루타를 기록했다. 체코는 이어 후속 땅볼 때 일본 유격수 실책이 나오면서 먼저 선취점을 올리기도 했다.
선발투수의 역투도 이어졌다. 체코 선발 루카스 흘렙은 3회 무너지긴 했지만 2회까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기도 했다. 3회 초까지 체코가 1-0의 리드를 잡았던 배경이다.
결국 이후 나온 투수들의 퀄리티와 타선의 집중력에서 일본이 훨씬 앞섰다. 선방했던 체코는 3회 말 3실점을 허용한 이후 4회 말 4실점, 5회 1실점을 하면서 순식간에 큰 리드를 허용했다.
하지만 오히려 무기력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흐름에서 5회 초 교체된 159km 강속구를 던지는 구원투수 우다가와 유키를 상대로 연속 2안타와 땅볼 등을 묶어 1점을 따라붙었다.
6회 이후 체코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체코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8회 말에도 교체 된 투수 플립 캡카가 슈고 마키에게 홈런을 내주고 연속 2안타를 허용해 무사 1,2루에 몰리는 등 팀이 무너질 뻔한 위기에서 2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막았다.
비록 상당한 점수차로 패했지만 체코와 일본의 전력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말할 수 있는 경기 내용이었다.
앞서 지난 9일 중국 또한 일본을 상대로 1-8로 패했지만, 경기 초중반까지 일본을 괴롭히는 등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패기 있게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1일 체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객관적인 전력상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이 어떤 마음가짐과 정신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또 충분한 전력 분석을 마치고 탁월한 전략을 들고 나온 다면 충분히 최강팀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음을 또 한 번 입증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이 이들보다 일본을 상대로 훨씬 더 좋지 않은 경기를 한 게 사실이다. 이제 한국 또한 2패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2경기를 무조건 승리한다는 태만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될 듯 보인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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