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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내일 절반의 아쉬움 풀겠다”, ‘쇼트트랙 세계1위는 린샤오쥔을 잊었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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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11일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지원이 11일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년 국내 세계선수권대회가 취소되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오늘 절반을 풀었다. 내일 나머지 절반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시즌 세계 랭킹 1위 박지원(27·서울시청)은 당찬 세리머니 만큼이나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의 커리어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수확한 날, 그는 더 많은 우승에 대한 욕심을 동시에 나타냈다.

박지원은 11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7초792에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기세가 남다르다. 시즌 전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 황대헌(24·강원도청)이 태극마크를 포기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그때 까지만 해도 박지원이 이토록 무섭게 치고 올라설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박지원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무려 14개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랭킹 1위임에도 국내 대회에서 많은 관심 속에 치르는, 그것도 커리어에서 단 하나의 개인 메달도 없었던 세계선수권은 큰 부담이 될 법했다.

그러나 당찬 성격처럼 박지원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가뿐하게 준준결승과 준결승 등을 통과했고 결승 무대를 기다렸다. 500m 패자부활전 기회도 있었으나 잘하는 것에 전념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는 박지원. /사진=OSEN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는 박지원. /사진=OSEN

안쪽으로부터 4번째 자리에서 시작한 박지원은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왔다. 초반 잠시 뒤로 밀려나기도 했으나 결승선을 9바퀴를 남기고 2위까지 뛰어올랐고 6바퀴를 남기고선 가장 앞으로 치고 올라섰다. 결승선까지 2바퀴를 앞둔 시점부터는 스퍼트를 끌어올리며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2위 피에르토 시겔(이탈리아)과 3위 파스칼 디온(캐나다)으로선 따라가기 너무 버거운 상대였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박지원은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려서 놀라움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내일까지도 경기가 많이 남아 있어 좋은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중반 이후부터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더욱 속도를 내려고 하는 듯한 레이스가 인상적이었다. 박지원은 “경기 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게 더 옳은 선택일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답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뭘까’라는 것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레이스를 생각했고 그것 하나 보고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3년 전 국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선수권은 급속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취소됐다. 당시 대회를 준비하던 박지원으로서도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그렇기에 마음가짐이 더 남달랐다.

“2020년 세계선수권이 취소되고 이번에 열리는 게 2023년 대회가 아니라 그 당시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는 박지원은 “2020년에 했으면 부족함이 많았겠지만 3년 동안 많은 걸 보완해 더 좋은 걸 보여드릴 수 있다”고 뿌듯해했다.

레이스 내내 선두에서 질주한 박지원. /사진=OSEN
레이스 내내 선두에서 질주한 박지원. /사진=OSEN

이번 대회엔 유독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27일 입장권 판매가 오픈된 뒤 단 1분 만에 온라인 판매분 2500여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이날 경기장엔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고 경기를 마치고 빠져가는 선수들은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가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들은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고 이는 힘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박지원은 “한국 팬들의 환호소리가 엄청 컸다. 더 좋은 작용을 하고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셨고 에너지를 보여드리려고 했다”며 “2020년 대회가 취소되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오늘 절반을 풀었고 내일 나머지 절반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빼놓을 수 없는 질문도 나왔다. 이번 대회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던 임효준, 이젠 린샤오쥔이라는 이름과 함께 중국 대표팀으로 나선 그의 4년 만의 국내 복귀전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박지원은 12일 1000m에 출격한다. 올 시즌 14개 금메달 중 6개가 1000m에서 터져나왔다. 이날 500m에서 장비 미착용으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린샤오쥔도 박지원과 1000m에서 격돌한다. 이밖에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린샤오쥔과 자존심 대결에 나설 박지원이다.

그를 의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지원은 “경기에서 특정 선수를 생각하고 경기하는 건 그 레이스를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1대1 경기가 아니고 다수와 함께 하는 것이기에 경기 전체를 보고 할 뿐이다. 한 명을 보고 경기하면 실패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고민하고 그걸 내일도 해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히 웃고 있는 박지원. /사진=OSEN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히 웃고 있는 박지원. /사진=OSEN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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